2019년 5월 26일(일요일)
홈 >> 오피니언 > 김진수의 정가춘추

꼴통과 양아치
김진수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 입력날짜 : 2019. 01.22. 19:11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여러 가지 가짜뉴스 가운데 가장 악의적인 것이 ‘북한군 개입설’이다.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너무도 황당해 헛웃음이 나올 정도인 ‘북한군 개입설’을 여전히 떠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사람이 지만원이다.

지만원은 2000년대 초반 신문 광고를 통해 ‘북한군 600명이 5·18 당시 광주에 침투했다’는 주장을 펴면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선봉(?)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의 주장이 얼마나 황당무계한 것인지는 대표적인 보수논객 조갑제 씨가 지난 2013년 구체적으로 반박한 바 있다.

5·18 당시 광주 현장을 취재했던 조 씨는 ‘북한군의 광주 개입’ 주장과 관련 “당시 계엄령이 퍼진 상태라 해안과 항만은 철저히 봉쇄됐고 공중 감시도 정밀했다”며 “수백 명의 북한군이 등장할 무대는 없었다.”고 말했다.

조 씨는 또 “1995년 정부 조사에서 밝혀진 5·18 사망자중 국군 사망자는 23명이다. 이중 13명은 진압군끼리 충돌로, 나머지 10명은 광주 진압과정에서 사망했다”며 “대대 규모의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했다면 국군사망자가 이 정도에 그칠 리 없다.”고 단언했다.

전두환의 부인 이순자도 지난 2016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그 말(북한군 침투설)을 하는 사람은 지만원이란 사람인데, 그 사람은 우리하고 한 번도 만난 적도 없고, 독불장군이라 우리가 통제하기도 불가능하다. 그걸 우리와 연결시키면 안 된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조 씨나 이 씨가 밝힌 대로 ‘북한군 개입설’은 보수층이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주장인 것이다.

더욱이 지만원은 ‘북한군 개입설’로 인해 ‘뉴스타운’이란 인터넷 매체와 함께 지난 2015년 5·18 역사왜곡대책위원회로부터 고소를 당한 이후 1, 2심을 거쳐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8천200만원을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았다.

‘북한군 개입설’은 이처럼 상식적으로 보나 법적으로 보나 이미 끝난 이야기다. 그런데도 지만원을 비롯한 ‘태극기부대’들은 여전히 ‘북한군 개입설’을 떠벌이고 있다. 이들에게 꼴통이란 수식어가 붙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자신들이 믿고 싶지 않은 것은 아무리 팩트라 해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 꼴통들의 대표적 특징이다.

지만원은 결국 한국당 추천 몫 5·18 진상조사위원이 되지 못했지만,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꼴통 짓거리를 원 없이 해댔다. 그런데 지만원이란 자가 제1야당이자 공당인 한국당 원내대표에게 이처럼 대놓고 욕지거리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한국당 내부에 지만원 류의 주장에 대한 황당무계함을 알면서도, 정치적인 이유로 꼴통집단의 지지가 필요한 기회주의자들이 숨어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런 부류의 대표적인 자가 오는 2월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김진태 의원이다.

평범하게 초중고를 거쳐 명문대를 졸업한 후 검사 생활을 한 그가 ‘5·18 진상규명’은 이념의 문제도 아니고, 당파의 문제도 아니요, 국가가 자국민에게 자행한 국가폭력의 진실을 밝히는 문제임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5·18 당시 시민들의 저항을 담은 문서·출판물·사진 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실(2011년), 또 5·18당시 헬기 사격과 계엄군에 의한 성폭행·성고문이 국가 차원에서 확인돼 국방부장관이 공식적으로 사죄한 사실(2018년)이 보여주는 세계사적이고 객관적인 의미를 김 의원이 이해하지 못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한국당 내부에서 지만원 논란이 불거지자 “나경원 원내대표께서도 지만원 씨를 추천하느냐 갖고 굉장히 고심 중인 것 같은데, 꼭 추천을 해주기를 건의 드린다. 이 분 그렇게 이상한 분 아니다. 꼴통 아니다.”라며 지만원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그동안 ‘5·18진상규명특별법’과 관련해서도 자신이 속한 법사위를 통해 끊임없이 법통과를 방해해 왔다.

실제 그는 2017년 2월 임시회 본회의를 앞둔 법사위에서 5·18특별법안에 대한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거기에 북한군 개입도 조사 대상에 들어가 있느냐”, “(법안을) 가져와봐라. 내 눈으로 보기 전에는 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고 딴지를 걸고 나섰다.

북한군 특수부대원 600명이 광주에 왔다는 설의 황당무계함은 분명히 인지하면서도,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뒤에 숨은 채 ‘북한군 개입설’을 끊임없이 이어가면서 ‘태극기부대’의 지지를 얻으려는 짓거리를 계속해대고 있는 것이다.

건달 세계에도 “양아치 짓거리는 하지 말자”는 속언이 있다고 한다. 주먹다툼이 있을 경우 건달들은 정정당당하게 대결을 하지만 양아치들은 주먹대결을 약속해 놓고 칼을 들고 온다든지, 안 싸울 것처럼 하다가 뒤통수를 치는 등의 치사하고 더러운 짓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에서 기자생활을 하고 있는 필자는 건전한 보수를 표방하는 나름 젊고 유능한 한국당 소속 국회의원이나 원외 지역위원장을 몇몇 알고 있다. 이들은 한국당 내부에 이른바 꼴통과 양아치는 이제 소수라고 주장한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소멸될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소수의 과잉대표라는 게 있다. 소수에 불과한 세력이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과잉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번 지만원 사태에서 알 수 있다시피 꼴통과 양아치로 대변되는 소수가 앞으로도 한국당의 결정이나 이미지를 과잉대표 한다면, 촛불정국 이후 그들이 반복해온 환골탈태라는 말은 한낱 수사에 불과할 뿐이다. 이 부분을 제대로 성찰하지 못할 경우 자유한국당에는 결코 미래가 없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