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1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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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 소나무 이슬 흔드니 이슬방울 옷 적시네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326)

  • 입력날짜 : 2019. 06.25. 18:20
同季兄中慮讀書龍門寺
(동계형중려독서룡문사)
대곡 성운

높은 숲 바람이니 꽃잎이 어지러운데
학이 이슬 흔드니 이슬방울 옷 적시고
명아주 지팡이 짚고 옥구슬 소리 나네.
風動高林花亂飛 鶴搖松露滴人衣
풍동고림화란비 학요송로적인의
扶藜共出泉鳴洞 玉佩聲殘到耳稀
부려공출천명동 옥패성잔도이희

용문사는 일단 경기도 양평에 있는 사찰로 보고자 한다. 성현의 큰 업적은 아무래도 조선 초기 성종 때의 아악을 정리한 ‘악학궤범’(樂學軌範)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권1엔 음악이론을, 권2는 오례의(五禮儀)의 의궤를. 권3에는 악지를, 권4는 당시의 춤사위를, 권5는 한글로 적힌 [동동]·[정읍]·[처용가] 등 모두 권9까지 있다. ‘명아주 지팡이 짚고 함께 천명동 향해 나가니, 몸에 찬 옥구슬 소리 여운이 귀에 닿는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학이 소나무 이슬 흔드니 이슬방울 옷 적시네’(同季兄中慮讀書龍門寺)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대곡(大谷) 성운(成運·1497-1579)로 조선 중기의 학자다. 1545년(명종 1) 그의 형이 을사사화로 화를 입자 보은 속리산에 은거했다. 그 뒤 참봉, 도사 등에 임명됐으나 곧 사퇴했다. 선조 때도 여러 차례 벼슬에 임명됐으나 취임하지 않았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높은 숲에 바람 이니 꽃잎 어지럽게 날고 / 학이 소나무 이슬 흔드니 이슬방울 옷 적시네 // 명아주 지팡이 짚고 함께 천명동 향해 나가니 / 몸에 찬 옥구슬 소리 여운이 귀에 닿는구나]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막내 형 중려와 같이 용문사에서 독서하다]는 시상이다. 시인은 요즈음으로 말하면 막내 형과 같이 고시공부와 같은 독서삼매경에 들었던 모양이다. 과장에 나가 좋은 시상과 학문의 답안을 쓰기 위해 공부하다가 산책을 하면서 좋은 시상을 일구려는 심산이었음을 알게 한다. 시인의 시상을 전 후구에 비유법 한 소절씩을 적시 적소에 덧칠해 가고 있다.

시인은 꽃잎이 어지럽게 날고, 이슬방울이 옷을 적셨다는 시상을 은은한 시지(詩紙) 위에 옮겨놓기에 분주한 모습을 보인다. 높은 숲에 바람이 일고 있으니 꽃잎이 어지럽게 날고, 학이 소나무 이슬을 마구 흔드니 이슬방울에 옷이 적신다고 했다. 자연을 소묘하는 참신함이 보이며, 학이 흔드는 소나무의 이슬이 옷을 적신다는 비유적인 착상은 가구(佳句)라고 생각된다.

화자는 용문사 천명봉을 향하면서 느끼는 소회는 한 폭의 그림을 연상하게 한다. 명아주 지팡이 짚고 형님과 함께 천명동을 향해 나가가다 몸에 차고 있는 옥구슬 소리 여운이 가끔씩 귀에 닿는다고 했다. 옥구슬이 나의 행방을 알리는 안내자이자 소재까지 파악하는 도구의 구실까지 했으렷다.

※한자와 어구

風動: 바람이 일다. 高林: 높은 숲. 花亂飛: 꽃이 어지럽게 날다. 鶴搖: 학이 흔들다. 松露: 소나무 이슬. 滴人衣: 사람 옷을 적시다. // 扶藜: 명아주 지팡이를 잡다. 共出: 함께 나가다. 泉鳴洞: 천명동. 玉佩: 몸에 찬 옥구슬. 聲殘: 소리가 잔잔하다. 到耳稀: 귀에 아련하게 닿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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