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3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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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황에서 본 중국 관광산업의 미래
이경수
본사 상무이사·경영학 박사

  • 입력날짜 : 2019. 07.08. 18:27
기자는 최근 중국에서는 변방으로 꼽히는 간쑤성(甘肅省)의 둔황(敦煌)을 다녀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중국의 신화통신사와 공동으로 진행한 ‘2019 한중 언론교류 프로그램’ 참가자로 선발돼 중국을 방문하는 기회를 얻었다. 6일간의 일정은 알차게 짜여졌다. 중국의 대표 통신사인 신화통신사와 인터넷 포털 신화망, 그리고 인민일보와 인민망 등 중국 최대의 언론사를 찾아가 진화하는 언론환경을 확인했다. 이어 이번 언론교류의 주제인 ‘신육상실크로드’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란저우(蘭州)대학을 방문, 시진핑 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진행상황과 향후 계획 등을 취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크로드의 거점인 둔황을 찾아갔다.

둔황은 이번 교류프로그램의 일정 중에서 내심 기다리고 있었던 방문지였다. 실크로드의 매력에 끌려 지난 2002년 보름간의 일정으로 서안에서 시작해 둔황-투르판-쿠처-타클라마칸사막 횡단-호탄-카스를 거쳐 우루무치로 이어지는 육상실크로드를 답사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낡은 차량에다 제대로 닦이지 않는 길을 달려야 하기에 어디에서 돌발사태가 발생할지 모르는, 서스펜스 가득한 여정이었다. 그래도 실크로드는 지금까지 한 여행 가운데 가장 재미있었던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그 중심에 둔황이 자리잡고 있다.

17년 만에 다시 찾은 둔황은 확 달라져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 지대의 한 점 오아시스에 들어선 둔황은 산뜻하게 단장한 모습으로 방문자를 맞았다. 거리는 4차선으로 쭉쭉 뻗어 있고 빽빽이 들어선 백양나무는 모래바람을 막고 있었다. 손님을 맞는 빈관(賓館)은 반짝반짝 빛났으며 거대한 야시장은 잘 정돈된 상태에서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한마디로 생동감 넘치는 관광도시의 면모를 한껏 보여주고 있었다. 변방인 이곳에 지난해 200만명이 찾아왔다니 명실상부한 관광도시가 분명하다. 둔황은 지난 1979년부터 대외로 개방한 도시이다. 당시에는 1년 관광객이 2만명에 불과했으니, 40년 만에 20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2014년을 기점으로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둔황을 간쑤성의 대표적인 관광도시로 만든 것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막고굴(莫高窟)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이 곳은 서기 366년 승려 낙준(樂 )이 처음으로 굴을 뚫기 시작한 이후 1천여년에 걸쳐 조성된 석굴 사원이다. 실크로드가 가장 번성했던 당나라 때 막고굴의 굴실은 1천여개나 됐다고 한다. 현재 남아있는 석굴은 600여개인데 그 가운데 벽화가 그려진 정비된 석굴만 492개에 달한다. 그리고 이들 불상과 벽화는 사료적 가치는 물론 명실상부한 중세 동서 문명교류에 대한 유물적 보고(寶庫)로 꼽히고 있다.

이미 지난 2002년에 막고굴의 벽화에 매료됐던 기자는 다시한번 기대를 한껏 안고 불상을 뵈러 갔다. 그런데 바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막고굴을 대하기에 앞서 먼저 영상관을 들려야 했다. 당시엔 곧바로 달려가 한적한 굴에서 벽화에 손전등을 비추면서 보물찾기를 했었는데 이번엔 통제에 따라 영상을 먼저 감상했다. 첫 번째 영상에서는 막고굴의 탄생과 실크로드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었으며, 다음 영상은 막고굴에 있는 대표적인 불상과 벽화를 입체감 있게 보여줬다.

그런 다음, 준비된 버스를 타고 막고굴로 향했다.

이렇게 영상관을 만들고 관람을 의무화하는 이유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막고굴의 하루 관람인원수를 6천명으로 제한한 때문이었다. 세계문화유산인 막고굴은 산기슭에다 굴을 파고 벽화를 그려놓았기에 자연현상에 따라 언젠가는 사라지게 돼 있다. 게다가 밀려드는 관람객들이 동굴 속에서 호흡으로 내뿜는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는 벽화 훼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따라 둔황연구원은 미국, 호주 등의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관광객 수용량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막고굴은 하루 6천명의 관람객을 수용하는게 적정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막고굴을 방문하기에 앞서 영상관을 먼저 들리도록 하는 이유는 바로 방문객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관광객을 분산시켜 수용량을 맞추는 것이다. 이 방안은 10년 전부터 계획에 돌입해서 지난 2014년 영상관을 개관하고 실행에 들어갔다. 관람 동굴 수도 8개 정도로 한정했다.

오아시스 도시인 둔황은 현재 19만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2010년대 들어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지만 인구는 2000년대 초의 16만명에서 크게 늘지 않았다. 사막지대인 탓에 생명수 역할을 하는 물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농업이나 상업 대신 관광서비스업으로 삶터를 전환했다.

관광산업은 자원이 고갈되면 같이 고사할 수 밖에 없다. 문화유산을 활용한 관광은 그 유산이 훼손되면 바로 사라지게 된다. ‘우선 먹기에는 곶감이 달다’면서 수용량을 넘어서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자칫 독이 될 수 있다. 척박한 사막의 한 가운데에서 관광객들로 먹고 사는 둔황이 적정 관광객을 유지하려는 노력에서 중국 관광산업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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