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1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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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힐이 부질없이 ‘이별’이란 글자를 만들었구나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330)

  • 입력날짜 : 2019. 07.23. 18:16
送平安都事金彦亨(송평안도사김언형)
봉래 양사언

창힐이 부질없이 이별이란 글자에
진시황 어찌하여 불태우지 않았는지
세상에 머물러 남아 이별을 보는구나.

蒼詰謾爲離別字 秦皇胡乃不焚之
창힐만위이별자 진황호내불분지
至今留滯人間世 長見陽關去住時
지금유체인간세 장견양관거주시

많은 사람들이 헤어지기 아쉬워하면서 썼던 용어가 별리다. 평안도사로 부임해 간 친지가 보고 싶었음을 서찰과 함께 보냈던 시 한 수는 별난 느낌을 주고 있어 시의 실체에 대한 시인의 시상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한자를 만들었다고 하는 창힐이 이별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진시황이 이별을 불태웠더라면…, 넌센스 같은 시상을 보인다. ‘인간 세상에 머물러 남아 양관에서 떠나고 머물 때마다 이별을 본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창힐이 부질없이 ‘이별’이란 글자를 만들었구나‘(送平安都事金彦亨)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봉래(蓬萊) 양사언(楊士彦·1517-1584)으로 조선 전기의 문인, 서예가다. 삼등·함흥·평창·강릉·회양·안변·철원 등 8고을의 수령을 지냈다. 자연을 즐겨 회양군수 때 금강산에 자주 가서 경치를 완상했으며, 만폭동 바위에 그의 글씨가 지금도 남아 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창힐이 부질없이 ‘이별’이란 글자를 만들었구나 / 진시황은 어찌해 이 글자를 불태우지 않았던가 // 인간 세상에 머물러 남아서 / 양관에서 떠나고 머물 때마다 이별을 보는구나]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평안도사 김원형에게 보냄]으로 번역된다. 시제에서 보이는 김원형이란 사람은 평안도사를 지냈던 것 외에는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시인과는 잘 아는 사이인 것으로 생각된다. ‘양관’에 같이 있던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떠나 이별하는 장면이 시적인 배경이다. 남녀 간의 이별이나 친구 간의 이별도 그 아픔은 마찬가지였음엔 분명하다.

시인의 시상은 이별의 쓰라림을 엉뚱한 방향으로 돌리는 시주머니를 만지작거린다. 창힐이 이별이란 글자를 만들고, 진시황이 이 글자를 불태우지 않았는가를 묻고 있다. 다소 황당한 질문이다. 창힐이 부질없이 ‘이별’이란 글자를 만들었고, 진시황은 어찌해 이 글자를 불태우지 않았는가라고 묻는다. 부질없는 질문이지만 문학적인 비유법과 상징법은 가히 달관의 경지였음을 알게 한다.

화자는 여건이 헤어져야할 숙명적인 명제 앞에 인간 세상에서 이별하게 된다는 후정을 일궜다. 인간 세상에 머물러 남아서, 양관에서 떠나고 머물 때 이별을 본다고 했다. 시문의 정을 나누었던 두 사람은 이제 창힐과 진시황을 원망하면서 옮기는 발길은 가볍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한자와 어구

蒼詰: 창힐(처음 한자 지음). : 부질없이 爲: 만들다. 離別字: 이별이란 글자. 秦皇: 진시황. 胡乃: 어찌 이에. 不焚: 불사르지 않다. 之: 그것(여기선 이별의 글자) // 至今: 지금. 留滯: 머물러 남다. 人間世: 인간세상. 長見: 오래 이별을 보다. 陽關: 만리장성 서쪽 관문인 양관. 去住時: 머물렀다 떠나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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