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4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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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진정한 광복이란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9. 08.14. 18:35
1945년 8월15일 일왕 히로히토(1901-1989)는 떨리는 목소리로 항복을 선언했다. ‘일본은 오늘 정오를 기해 미국에 항복한다’

그로부터 74년이 지난 오늘, 대한민국 광복절 이다. 1937년 중일전쟁에 이어 1941년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며 2차 세계대전에 참여했지만, 1945년 8월 6일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자 일주일 만에 일본은 무조건적 항복을 선언했다.

우리는 1910년 8월 22일 일본에 ‘강제병합’된 후 갖은 고초를 겪으며 조국 독립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왔다. 1940년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고, 1943년 11월에 열린 카이로 회담에서 대한민국의 독립이 공식적으로 문서화 됐다. 일제강점기 동안 김구, 안중근, 이봉창, 윤봉길, 유관순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목숨을 바쳐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고 또 염원했다.

특히 74주년을 맞는 올해 광복절은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100주년을 맞는 해라 더 특별하다. 그러나 기쁜 오늘, 소위 일본의 경제전쟁 선포로 인한 양국의 적대감이 한일관계에서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가 떠올라 만감이 교차한다.

일본이 경제보복 이유로 삼은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2017년 5월)후 외교부 주도의 검증 작업을 거쳐 한일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무력화하면서 재부상한 역사 갈등은 작년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계기로 폭발했다. 역사 문제에 따른 정부간 외교 갈등이 일본의 일방적인 경제 보복성 조치로 인해 한일경제전쟁으로 비화했다. 대법원 판결이 일제의 강제징용을 불법적 식민지배가 잉태한 불법행위로 간주하자 한일병합조약이 합법이었다고 주장하는 일본은 판결이 한일청구권 협정에 배치되는 국제법위반이라며 반발했고, 결국 일방적 경제 보복이라며 넘어선 안 될 마지노선을 넘었다.

‘보복’이란 말에 분노가 치밀고 ‘뻔뻔함’에 화가 난다. 일본의 통상(通商)분야 공격과 과거 청산은 그 성격과 대응 양식에서 별개 사안 아닌가.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한일 간에 ‘식민지배 책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고 선언한 것이고, 식민지 지배 책임을 묻는 문제는 자료를 쌓고 법리를 가다듬어가며 우리가 찬찬히 풀어가야 할 문제다.

일본은 임진왜란 정유재란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36년간 남의 나라 영토를 강탈해 우리 국민들을 노예로 만들어 온갖 경제적 수탈을 자행했던 나라다. 청소년들을 학도병으로 끌고 가 총알받이로 삼기도 하고 강제징용, 징병, 생체실험, 정신대로 끌고 가 차마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짓을 한 나라다.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로서 그 어떤 피해국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를 한 일이 없는 일본은 해마다 수상이 중일전쟁, 태평양 쟁을 일으킨 전쟁 범죄자, 조선을 강제 병합한 ‘대일본제국을 위해 목숨 바쳐 희생한 우국지사’들의 혼령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며 언제든지 다시 전쟁할 수 있다는 과시를 하고 있다.

해방 74년 광복절을 다시 맞으며 대한민국이 다시 어려움에 처한 것은 지난 세월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친일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세월을 보낸 탓이다. 식민지 조선의 마지막 총리 아베 노부유키(阿部信行)가 조선을 나가면서 남긴 말이 섬뜩하게 다시 다가온다. “우리는 패했지만 조선은 승리한 것이 아니다. 장담하건대 조선민이 제 정신을 차리고 찬란한 위대했던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라는 세월이 훨씬 더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다. 결국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보라! 실로 조선은 위대했고 찬란했지만 현재 조선은 결국 식민교육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 얼마나 끔찍한 말인가.

74년 전의 아베와 2019년의 아베의 생각이 비슷한 것 같다. 100년 전 독립운동의 길에 나선 우리 선조들은 ‘일본이 잘못된 길에서 빠져나와 동양에 대한 책임을 다하게 하는 일’이라고 선언했다. ‘다시 식민노예로 전락할 것이다’는 저주를 퍼부은 일본에 비래 얼마나 준엄하면서도 품위 있는 자세였는가.

문대통령도 수석보좌관회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결기를 가지되 냉정하면서 근본적인 대책까지 생각하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경제 강국이 아니다. 인류 보편적 가치를 옹호하며 사람을 중시하는 평화협력의 세계공동체를 추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런게 대국다운 품위다. 진정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는 정도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명분도 잃지 않아야 한다. 변화하는 동북아시아의 헤게모니를 놓고 미국과 중국, 일본이 각축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속셈을 잘 읽어야 한다. 일본의 경제보복 직접적 원인은 강제징용 배상이라는 역사적 문제지만, 일본내 애국주의를 고취시키며 대외적으론 한국 경제의 부상을 견제하고 제어하려는 아베 정부의 극우포퓰리즘을 잘 읽어야 한다.

오늘, 정부는, 15년 만에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광복절 기념식을 갖고 “선열들의 독립 염원의 뜻을 이어받아 미래세대를 위한 진정한 광복의 길을 열어가겠다”고 다짐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한다. 한국이 그리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할 날이다.

아베 노부유키의 말처럼 ‘결국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는 예언이 들어맞아서는 안된다. 작금의 사태를 의연하게 진단하고 당당하게 돌파하자. 광복을 위해 희생한 무수한 독립운동가들이 저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다. 독립정신으로 무장해 위기를 극복하자.

필자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에게 진정한 광복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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