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8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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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속 눈물은 얼음 아래 물과 같이 찬데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334)

  • 입력날짜 : 2019. 08.20. 18:57
閨恨(규한)
이옥봉

평생의 이별의 한 이리도 깊이 맺혀
술로도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 병이
이불 속 흐르는 눈물 그 아무도 모르리.
平生離恨成身病 酒不能療藥不治
평생이한성신병 주불능료약불치
衾裏泣如氷下水 日夜長流人不知
금리읍여빙하수 일야장류인부지

여자이기에 한(恨)은 있다. 사대부의 여심으로부터 사서녀에 이르기 까지 이루고자 하는 소망어린 자기 한이 늘 있다. 잘 승화시키면 멋진 시심이요, 시상이다. 잘 못 새기더라도 병들어 눕게 되고, 끝내는 혹독한 올가미가 돼 평생을 지닌다. 제일 좋은 것은 순간에 다가오는 바람이려니 하면서 작품으로 일궈 놓으면 금장(金裝)이 된단다. ‘평생 이별의 한이 이토록 병이 됐는데, 술로도 약으로도 다 고치지를 못한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이불 속 눈물은 얼음 아래 물과 같이 찬데’(閨恨)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이옥봉(李玉峰)으로 여류시인이다. 부친 이봉은 조원을 찾아가 딸을 소실로 받아줄 것을 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조원의 장인인 판서대감 이준민을 찾아가 담판하고 비로소 받아들여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혼인 후 다른 소실들과 서신으로 예술적 교류를 나누면서 시심은 억제하지 못 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평생 이별의 한이 이토록 병이 되어 / 술로도, 약으로도 고치지를 못 한다네 // 이불 속 눈물 얼음 아래 물과 같이 차기만 한데 // 밤낮없이 흘러내려도 사람들은 아무도 그 속을 모른다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규방의 한스러움]으로 번역된다. 여류시인들이 쓴 규정(閨情)이나 규한(閨恨)의 시제는 많다. 안방의 외로운 정한을 시가 아니었다면 그 회포를 어찌 다 풀 수 있었겠는가. 여인의 한을 풀어주는 시심은 시인에게나 가능했다. 그렇지만 시를 알지 못하는 여인의 한은 어찌 말이나 정만으로 다 표현할 수 있었으랴.

시인은 남편 후실로 들어오는 혼인의 약조로 한시를 짓지 않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산지기 아내에게 시를 지어주고 소박을 맞은 후 남편과 ‘평생의 이별’이란 먹구름이 됐다. 그래서 평생 이별의 한이 병이 됐는데, 이젠 술로도 약으로도 고치지를 못한다고 했다. 술이나 약은 일시적일 뿐 이별의 한을 풀 수 없음을 한탄하는 시상에 연민의 정을 담는다.

화자는 흐르는 눈물이 넘치도록 흘러 차가운 얼음 같고 주체할 길 없었는데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시상을 얽혀 놓았다. 이불 속 눈물은 얼음 아래 물과 같아서 밤낮으로 흘러내려도 사람들은 아무도 몰라준다고 했다. 사람들이 그 한을 안다면 어찌할 것이며, 알아서 무엇하겠는가를 되새길 때 인간적인 고뇌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자와 어구

平生: 평생. 離恨: 이별의 한. 成身病: 몸에는 병을 이루다. 酒: 술. 不能: 능하지 않다. ~할 수 없다. 療: 치료하다. 藥不治: 약으로 치료하지 않다. // 衾裏: 이불 속. 泣:읊다. 울다. 如氷: 얼음 같다. 下水: 물 아래. 日夜: 밤낮으로. 長流: 길게 흐르다. 人不知: 사람들은 알지 못하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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