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4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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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명품마을을 찾아서] (3) 순천 서동마을
주민 손으로 만든 ‘커피방앗간’ 삶의 향기 가득
마을 공동체 방식 ‘서동상회카페’ 운영
맷돌로 원두 갈아 만든 커피 맛 ‘일품’
마을회관에 순천 최초 마을박물관 조성
일제시대 이후 70년 마을역사 고스란히
‘소소한 일상’ 그림·사진 담아 달력 제작
텃밭·감나무 분양 다양한 농촌체험 눈길

  • 입력날짜 : 2019. 09.02. 19:01
순천시 상사면에 자리한 서동마을은 여느 농촌마을처럼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지만 활력이 넘치는 곳이다.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서동상회카페부터 순천 최초의 마을박물관까지 다른 마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주민들은 2017년부터 마을 달력을 직접 만들고 있다. 주민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그림과 사진으로 소중한 마을의 시간과 풍경을 남기고 있다. 사진은 서동마을 사람들의 발자취.
순천시 상사면에 자리한 서동마을. 이름처럼 상서로움이 가득한 고장이다.

서동마을은 신라시대 고찰 도선암(道詵庵)이 있는 운동산 자락 해발 162m에 자리 잡은 산간마을이다. 서동마을은 도선암 사하촌(寺下村)으로 형성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신라 말기 영암 출신 도선국사가 가야산에서 수도하던 중 멀리 서남쪽 운동산에서 태양처럼 밝은 서광이 비치자 그곳을 찾아 도선암을 짓고 불심을 전파했는데, 국사를 따라온 신도들이 운동산 자락에 정착하면서 서동마을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서동마을은 임란을 피해 숨은 곳이라 해 ‘피막골’이 있고 선남선녀의 사랑이야기가 얽힌 우물 ‘선샘’도 있다. 담벼락에는 농촌의 옛 삶을 그려 넣고 길가에는 꽃을 심었다.

마을 뒤 운동산에는 도선암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조성했다. 여느 농촌마을처럼 서동마을도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지만 이곳은 활력이 넘친다.

◇먹는재미, 보는재미 가득

서동상회카페는 2015년 당시 행정자치부 희망마을 만들기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농부들의 커피방앗간이다. 마을 주민들이 바리스타가 됐다. 향긋한 커피 향과 달콤한 쿠키 내음. 커피 맛도 제법이다.

아늑한 카페공간이 바깥 풍경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카페 한 켠에는 실내 식물원까지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커피 한잔 마시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

서동마을 주민들이 주주인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서동에서 운영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정성스레 키운 들깨가루, 고사리, 서리태콩, 울금가루, 비트, 엿기름 등이 있으며 계절마다 재배되는 먹거리까지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커피 묘목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직접 원두를 맷돌로 갈아서 커피를 판매하고 있는 점이 색다르다. 그야말로 먹는 재미 보는 재미가 있다. 마을 주민이 다 함께 협력해 운영하니 따스한 정까지 듬뿍 느껴진다.

서동상회카페는 커피교실도 운영된다.

서동마을 출신이면서 지역 커피 브랜드 대표자의 재능 기부로 2017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풍요로운 농촌 풍경과 함께 커피의 기본 이론, 창업과 관련한 교육을 들을 수 있다.

서동상회는 마을의 화합과 고향의 정을 느낄 수 있도록 마을공동체 방식으로 운영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생활자료에 상장·회계장부까지 ‘한눈에’

서동마을엔 순천시 최초의 마을박물관이 있다.

마을회관에 자리한 박물관은 그야말로 역사의 산실이다. 일제강점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70년이 넘는 마을을 지탱해 온 자원을 고스란히 만나 볼 수 있다.

마을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박물관에선 일제강점기 국민증, 건강보험증, 옛 사진방 봉투 등 소소한 생활 자료들 뿐 아니라 전직 마을 이장 사진을 비롯해 마을 상장 46장 마을 회계장부 80권 등 다양한 서동마을 역사를 한눈에 감상 가능하다.

특히 박물관에서 놓치면 서운할 작품이 있다. 바로 마을에 전기가 처음 들어오던 첫날 마을 주민들이 모여 축하하는 기념사진! 그야말로 마을역사의 한 장면이다.
서동상회 카페(사진 좌), 운동산 도선암

◇달력이라도 다 같은 달력이 아니다

서동마을은 달력도 특별하다. 병원이나 은행에서 나눠주는 그런 달력이 아니다. 달력이 다 같은 달력이라고 생각하면 큰일!

“뭣을 찍을 거여?”

“쌔고 쌔부러. 저녁에 불 때문 굴뚝에 연기 폴폴폴 나는 것도 찍어야 허고, 홍시 서너개 매단 감나무도 찍어야 쓰겄고….”

서동마을 주민들은 카메라를 하나씩 들고 심상찮은 표정을 지어 보인다.

‘서동마을 달력’에 들어갈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마을 달력을 만든 것은 2017년부터다.

주민들은 소중한 무언가가 잊히고 사라지는 게 두려웠다. 다른 시골마을처럼 자신들의 삶터도 쇠락하다 마침내 사라져버리는 게 아닐까 겁이 났다. 그들은 힘을 합쳐 마을의 주요 행사를 기록한 달력을 만들기로 했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배워서 그린 그림으로 달력을 꾸미기로 했다. 자신이 사는 집, 갈대 위를 나는 기러기, 마을 어귀에 누군가 만들어 세운 눈사람 등 그저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풍경을 그려 달력에 넣었다. 가만두면 며칠 머릿속에 머물다 사라졌을 일상의 소소한 경험도 담았다.

그림과 함께 매월 말일에 열리는 반상회, 8월말의 백중행사 당산제, 추석맞이 가을 대청소 등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를 빠짐없이 기록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제1호 서동마을 달력’을 200부 가량 찍었다. 주민들과 객지에 나간 가족이 갖고 남은 것은 서동상회를 찾는 외지인에게 나눠줬다.

달력을 통해 소중한 마을의 시간과 풍경이 여기저기로 흩뿌려진 셈이다.

이번엔 마을의 사계를 사진으로 찍어 달력에 담기로 했다. 5월부터 두 달간 마을에서 열린 사진 수업이 계기가 됐다. 사진을 배운 주민들이 틈틈이 출사 다닌 덕분에 봄·여름·가을 사진은 준비됐다. 이날 숙제는 남은 겨울 풍경을 찍는 것이었다. 서동상회 앞에 핀 노란 국화와 감이 듬성듬성 매달린 감나무가 피사체가 됐다. 달력으로 오래 남을 풍경이기에 셔터를 누르는 주민들은 신중했다. 올해도 예전처럼 주민과 객지의 가족이 갖고, 남은 것은 서동상회를 찾는 이들에게 줄 예정이다. 달이 지날 때마다 한 장씩 벅벅 뜯는 게 달력이라지만 서동마을 달력은 그럴 수 없을 테다. 한 장 한 장마다 마을이 담겨 있어서다.

서동마을은 텃밭과 감나무를 분양해 농촌체험을 진행하기도 한다. 감나무 이름표 달기, 감꽃을 이용한 목걸이, 화관, 팔찌 등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그야말로 감도 따고 추억도 챙긴다.

또 비트도 수확하고 농촌 정취도 맛보는 체험행사도 있다. 생소할 수 있는 비트 작물을 직접 손으로 뽑아보는 색다른 경험이라 많은 시민들이 참가하고 있다.

서동마을 주민들은 감나무 분양과 텃밭 분양, 다양한 체험을 통해 사람들이 찾아와 시끌벅적한 농촌 마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또 내 손으로 직접 작물을 길러보는 경험을 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 모든 시도는 고령화로 활기를 잃어가는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힘든 농사일 대신 주민들에게 다른 소득거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마을가꾸기는 주민들과 함께 힘닿는 대로 해나갈 수 있지만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내는 것은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최지영 자유기고가·순천=남정민 기자

/사진=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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