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4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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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명품마을을 찾아서] (4) 나주 도래마을
전통 한옥·명가의 맥 오롯이…호남 3대 名村
영산강 물길 따라 자리 잡은 유구한 역사·문화유산의 보고
세월 풍파 견딘 조선시대 정자 100여채 한옥까지 그대로 보존
마을 돌담길엔 담쟁이넝쿨 가득 곳곳 연못은 ‘힐링투어’의 절정

  • 입력날짜 : 2019. 09.04. 18:44
양벽정
호남의 3대 명촌으로 불리는 나주 도래마을은 북쪽으로 금성산, 남쪽으로는 영산강 물줄기를 따라 구름기슭에 자리 잡은 조용하고 아담한 마을이다. 고즈넉한 한옥 100여 채가 모여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도래마을이란 명칭은 도천(道川)으로 마을의 뒤를 감싼 산자락의 물줄기가 내 천(川) 자를 이루는 형국이라 해 생겨났다고 전해진다. 이후 내 천의 뜻인 ‘내’가 발음의 편의를 위해 ‘래’로 바뀌어 현재 도래마을이 됐다. 내천의 물줄기를 따라 양벽정과 영호정, 그리고 계은정 등 조선시대 정자가 세월 풍파를 견디며 그대로 보존돼 마을에 든든히 자리하고 있다.

◇2006년 전통한옥마을 지정

나주시의 대표 한옥마을인 도래마을은 80여 가구가 대를 이어 살고 있다. 이 마을은 조선시대 중종 때부터 이어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고택을 귀하게 여긴 덕분에 2006년 전남도가 전통한옥마을로 지정하기도 했다. 마을 주택 대부분을 차지하는 100여 채의 한옥들은 마을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보여준다. 마을 주민들이 오랜 시간 지켜온 것은 단순히 고택뿐만이 아니다.

수십 년 전 부터 주민들은 정월 초하루가 되면 양벽정에 모여 합동세배를 올리고 봄이면 도래의 날 행사까지 진행한다. 과거부터 이어져온 공동체 정신을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는 것이다. 요새 정말 보기 힘든 진귀한 광경이지 않을 수 없다.
위부터 도래마을 연못, 영호정과 정자나무, 홍기헌 가옥

특히 도래마을 고택들은 하나같이 굴뚝이 낮기로 유명하다. 그 이유는 밥 짓는 연기가 담장을 넘어서 이웃이 허기를 느끼지 않도록 한 집주인의 배려가 담겨있다.

옛것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은 골목길에도 숨겨져 있다. 한옥마을로 지정이 되면서 모든 전봇대를 없애고 지중화 시설을 해 전선이 모두 땅으로 들어가 있다. 마을 풍광과 어우러지면서 깨끗한 마을로 변모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시원한 연못과 산책로. 7월이면 백련이 꽃을 피우고 8월이면 온 연못을 하얗게 수놓는다. 마을 경관도 살고 관광객들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조상 대대로 전해져 온 600년의 전통은 지키면서 아름다움도 놓치지 않는 도래마을 사람들이다.

◇풍산 홍씨 집성촌 문화유산 가득

풍산 홍씨들의 집성촌이기도 한 도래마을은 ‘거대한 문화유산’이다.

조선시대 중종 때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홍씨 집성촌을 이루기 시작한 게 무려 500년을 이어왔다.

마을의 대표적인 문화재는 홍기응 가옥이다. 중요민속자료 제151호로 지정된 것이기도 한데 마을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건물로 대부분의 건물이 1890년대부터 1900년대 초까지 지어졌다. 안채는 一자형으로 놓여있고 사랑채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ㄱ자형 구조이다. 사랑마루에서 바깥의 동향을 살필 수 있도록 사랑마당으로 들어가는 토석담에 수키와를 마주 엎어 구멍을 만들어 놓은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이곳이 더 매력적인 이유가 있다. 기존 사대부의 솟을대문과 달리 쉽게 넘어설 수 있도록 문턱이 낮다. 대문을 넘으면 바로 곡식을 담아둔 뒤주가 자리하고 있다. 누구든 배가 고픈 사람이 찾아오면 곡식을 내어줬던 것이다. 위화감을 주지 않기 위해 문턱을 낮춘 자애로운 마음이다.

중요민속자료 제165호로 지정된 홍기헌 가옥과 일제강점기 때 세워진 홍기창 가옥 등의 고택도 남아있다. 이곳의 고택은 개인 건물의 중요성보다 자연 지형을 우선시해 절반 이상이 북향과 서향으로 지어졌다. 또한 각 가옥은 대문과 담장으로 구분돼 독립된 영역을 형성하면서도 거주자들이 서로 쉽게 왕래할 수 있도록 작은 샛문을 두고 있다.

마을 입구에는 조선 시대 학당으로 사용된 영호정이 있다. 마을 중앙부에 위치한 양벽정은 마을에서 가장 크게 격식을 갖춰 지은 정자 건물로 내부에는 시문이 적힌 현판만 19개가 있다. 특히 양벽정은 마을주민 뿐 아니라 풍산리를 이루는 다섯 마을 주민이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이들은 음력 정월 초 음식을 마련해 이곳에서 공동으로 세배를 하고 새해를 축하한다고 한다.
도래마을 전경

마을 마당을 조성해놓은 것도 도래마을의 특징이다. 마을 마당에는 놀이기구가 설치돼 어린이 놀이터 역할을 하며 농작물을 건조하는 건조장으로도 사용된다. 또한 상당한 거리에 있는 마을과 시제를 함께 지내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 인근의 추송마을과 은사마을 등은 모두 풍산 홍씨 집성촌으로 이들은 합동시제를 통해 여전히 씨족중심의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시민문화유산 2호 ‘도래마을 옛집’

풍산 홍씨의 집성촌이었던 전통한옥마을, 도래마을 한 가운데 시민들의 힘으로 지켜진 집 한 채가 있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통해 시민의 힘으로 보존한 ‘도래마을 옛집’.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빈 집으로 방치돼 있던 가옥을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증과 기부를 통해 보존 가치가 있는 전통마을과 한옥, 근대건축물 등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로 보존 대상 문화유산으로 이 옛집을 선정, 2006년 매입했다. 이로써 도래마을 옛집은 서울 성북동에 있는 최순우 옛집에 이어 시민문화유산 제2호가 됐다. 시민들의 힘은 2016년 나주시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까지 이뤄냈다.

도래마을 옛집은 풍산 홍씨 종가 형제 중 넷째의 집으로 집성촌 내 분가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1936년 건축됐고 안채 사랑채가 구별되지 않고 한 채로 지어져 근대가옥에 들어서면서 변형된 한옥의 공간 활용 방식이 남아있다. 안채에 사랑채의 기능이 합쳐져 사랑방까지 이어지는 툇마루에 문을 달아서 공간을 구분했다. 도래마을 옛집의 방문의 뿌듯함은 마당 끝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는 별당채를 마주했을 때 비로소 절정을 느낄 수 있다. 도래마을 옛집에서는 안채, 별당채에서 한옥 숙박체험도 가능하고 전통문화체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문화유산 일상관리, 자원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한 번쯤 가보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최지영 자유기고가·나주=정종환 기자

/사진=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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