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4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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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위기
김일태
전남대 교수

  • 입력날짜 : 2019. 09.10. 17:48
지금의 한반도는 힘든 시기이다. 지난 6월 북미의 휴전선 만남을 계기로 성숙된 3차 북미정상회담의 실무협상은 지지부진하고 한일관계는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의 종료, 양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으로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으며 경제마저도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의 양상으로 불황 국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미국은 방위비 분담과 작전권 반환, 중국과 러시아는 군용기의 한국 방공식별구역 무단진입, 북한은 미사일 발사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온 나라가 청와대, 여야 정치권, 검찰, 언론, 심지어 국민 관심마저도 모두 법무부 장관 조국의 캐슬에 갇혀버린 형국이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산업화 과정에서 얻은 성장의 열매가 소수 계층에게 지나치게 집중돼 왔으며 공정한 기회의 보편적 가치가 소수의 탐욕에 의해서 망가지고 법과 제도의 시스템이 불공평하게 작동돼 왔다. 국민들의 여론도 공정한 기회의 박탈감과 분노를 반영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망가져버린 정치, 경제, 사법 시스템의 개혁을 한 사람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개혁으로 완수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소수의 대기업에 의존한 수출 주도로 경제성장을 달성했지만 대기업 위주의 독과점으로 시장은 왜곡되고 비효율적이고 불안정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소득의 불평등을 초래했고 거대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기업권력은 시장실패를 낳게 되지만 정치 시스템으로 시장실패를 치유하지 못하게 정치권과 관료에 의해 정치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민주적 선거를 오염시킨다. 기업권력은 권력기관과 언론, 이익단체와 결탁해 사법 시스템마저도 공정하지 못하게 작동시키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분석처럼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가 정치, 기업, 사법과 언론, 특수이익집단의 권력에 의해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사법 정의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백성을 위한 대다수의 개혁은 순탄하지도 않고 휴지조각이 되곤 했다. 조선 선조 27년(1595년) 임진왜란을 치른 유성룡은 속오군(束伍軍)으로 양반들도 병역의 의무를 치루고 천민들은 군역을 치루면 신분을 해방하고 공을 세우면 관리로 등용하는 군사제도, 지역의 책임자가 지역을 방어하는 지역단위 방어체제의 진관제, 특산물이 아닌 쌀로 농지 단위의 세금을 내는 작미법(作米法)을 도입하는 개혁을 했지만 1598년 실각 후에 모두 폐지되었다. 이런 개혁의 실패는 1636년 병자호란으로 백성들을 처절한 죽음과 고통에 시달리게 했다.

중국 진(秦)나라 효공(孝公)은 부국강병을 위한 개혁을 단행하려고 했으나 여론과 비난에 직면해 위나라 출신 상앙을 등용했다. 상앙은 ~행위든 사상이든 세상의 상례를 벗어나면 무조건 비난의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강국을 목표로 하신다면 선례를 따르지 마시고 과감하게 결단하고 실행하셔야 합니다. 백성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과거의 관습을 좇을 필요가 없습니다. ~ 정치의 방법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사마천의 사기)”라고 백성을 위한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진나라는 군현제, 연좌제, 생산 장려, 도량형 통일, 공족과 상민의 상벌제, 일정한 세금 징수 등 당시의 획기적인 개혁으로 강국이 되었다. 그러나 정작 상앙은 효공이 죽은 후 모반의 의혹으로 일족까지도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개혁의 대가가 너무나 혹독했다.

또한 중국 북송(北宋)의 신종(1067년)은 왕안석을 등용해 대지주와 대상인의 수탈로부터 중소농민과 상인들을 보호하고 부국강병의 과감한 개혁을 위한 신법(新法)을 공포했다. 단경기에 백성들에게 낮은 이자(2할 이하)로 돈을 빌려 주는 청묘법(靑苗法), 농지 측량으로 대지주 탈세를 방지하고 불균등 조세제도를 고치기 위한 방전균수법(方田均輸法), 지역 물품의 구입과 판매를 통해 정부수입을 증대하는 시역법(市易法)을 실시하고 보갑법(保甲法), 보마법(保馬法) 등의 군사제도를 실시했다. 그러나 1076년 실각 한 후 개혁 정치를 반대하는 구법당의 관료에 의해 모두 폐지되고 말았다. 이런 개혁의 폐지로 송나라는 황제를 비롯한 수많은 백성들이 금나라에 포로로 잡혀가는 수모와 역사상 씻을 수 없는 오욕을 지닌 채 멸망하고 남송 시대로 이어졌다.

한국 사회는 과도한 불평등과 불공정으로 5·18 민주화운동의 부정, 민간인 사찰, 과도한 수사와 피의사실공표 등으로 인한 민주주의의 파괴와 인권의 유린, 국정 농단과 사법 농단 등으로 인한 정의와 양심의 가치 훼손, 일제 잔재 청산의 실패로 국가 정체성의 위기, 채용과 입시 비리 등으로 인한 공정성의 훼손 등 비싼 대가를 치루고 있으며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진정한 정치 개혁, 경제 개혁, 사법 개혁을 통해 권력의 분산과 견제의 민주주의와 자유와 양심의 권리, 효율적이고 공정한 기회의 시장경제, 공권력의 분산과 공평한 판결의 사법 정의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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