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8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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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학숙에서
이종환
남도학숙은평관 사무처장

  • 입력날짜 : 2019. 09.22. 17:49
열어두었던 창문을 닫습니다. 문 밖을 나서면 여전히 따가운 햇살이 손모자를 만들게 하지만 소슬한 바람은 어느새 가을을 이야기합니다. 추석명절 연휴를 보내고 쌀쌀함이 느껴지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2학기 학숙 생활이 시작됩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치르고 자율회가 주관하는 알뜰장터, 남도뮤직 페스티벌이 끝나면 일부는 학숙을 떠나고 일부는 집으로 돌아가거나 학숙에 남아 겨울을 보내게 됩니다. 새로운 만남을 위해 익숙한 얼굴들과의 헤어짐을 경험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번 연휴에는 80여명의 학생이 학숙에 머물렀습니다. 평소에도 학생들은 공부하는 시간외 대부분을 동아리 활동이나 아르바이트에 쓰고 있는 만큼 명절이라 해도 특별히 달라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학숙 입사만으로도 학생들은 숙식에 장학금까지 적지 않은 지원을 받고 있지만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는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런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서 여러가지 방법들을 고민한 결과 학숙의 주방과 도서관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마련했지만 여전히 소수에 머물러 있습니다. 고맙게도 출향 기업인을 포함하여 많은 분들께서 여전히 장학금을 보내주고 계십니다.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는 살림살이 속에서도 장학 사업이 좋은 뜻을 잃지 않고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학숙에도 조금씩 작은 변화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도서관에서 생겨났습니다. 같은 일을 해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이번에 사서를 맡은 학생은 우선 책 대출자에게 반납일자를 메시지로 알려줬고 반납일이 지나면 지났다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저도 ‘반납일을 넘겼으니 잊지 말고 책을 반납해주시라’는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으니 아마도 기일을 넘긴 많은 책들이 무사히 돌아왔을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서가 사이에 조그마한 의자를 마련했습니다. 책을 훑어보느라 서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잠깐이나마 앉을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지요. 최근에는 서평 이벤트도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글귀를 발췌하거나 소감을 간략하게 기록하는 것인데 선택된 서평은 띠지로 제작해서 책에 입혔습니다. 학생들의 서평이 인쇄된 띠지, 멋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 올여름 은평관에서는 사진전이 하나 열렸습니다. 학숙에서는 매년 여름 다섯명의 학생이 약 3주간의 북유럽 견학을 다녀오는데 돌아오면 역시 남는 건 사진입니다. 학생들은 여행사진을 동영상으로 제작해서 상영하고 또한 재사생을 대상으로 활동결과 보고회도 갖습니다만 이번에는 여기에 더하여 사진전시회도 열어본 것입니다. 마침 이런 활동들이 본인의 경력을 관리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더욱 고무적입니다. 앞으로도 학생들이 경력을 쌓는데 유리한 일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전문성과 경력을 겸비할 수 있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학숙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인재유출에 대한 걱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젊은이들이 서울로 이동해 오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좋은 일자리, 높은 지식, 물질적 풍요, 다양한 문화생활, 세련된 환경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인재유출이란 말을 꿈을 찾아가는 젊음이라는 말로 바꾸고 뜻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라고 정리했으면 합니다. 다만 남도민으로서 긍지와 고향에 대한 애정만큼은 각별히 잊지 않도록 해야 하겠지요.

민들레 꽃말 중에 ‘이별의 기쁨’이 있습니다. 민들레가 하얀 홀씨를 바람에 실어 멀리 보내는 모습에서 이별은 슬프지만 자손이 퍼짐을 기뻐한다는 의미를 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는 헤어지지만 멀리 떠난 내 씨앗들이 훌륭하게 뿌리를 내리고 그 또한 멀리 씨앗을 보내 번성함을 보게 될 것이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부모 곁을 떠나 서울에서 수학중인 젊은 청춘들의 옆을 지키면서 떠오르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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