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8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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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와 논문 저자
이윤배
조선대 명예 교수(컴퓨터공학)

  • 입력날짜 : 2019. 09.23. 18:12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은 고교 1학년 시절인 2007년, 2주간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바 있다. 그런데 이 경력을 바탕으로 2009년 3월 SCI 병리학 논문의 제1 저자로 이름이 등재됐다. 조 장관 딸은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수시 입학 당시 자기소개서에 ‘인턴십 성과로 나의 이름이 논문에 오르게 됐다’라고 기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후보 시절 “아이가 영어를 잘하는 편이라 실험 성과를 영어로 정리하는 데 크게 이바지해 그렇게 된 것 같다”며, “해당 논문을 입학 과정에서 제출한 적은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제출한 정황이 드러나 거짓말한 꼴이 됐다.

SCI(Science Citation Index)와 SCIE(Science Citation Index Expanded)는 미국 톰슨사이언티픽(Thomson Scientific) 사(社)가 과학기술 분야 학술 잡지에 게재된 논문 색인(Index)을 수록한 데이터베이스의 명칭이다. 그런데 톰슨사이언티픽 사(社)는 전신인 과학정보연구소(Institute for of Scientific Information)를 대신해 1958년 설립된 학술정보 전문민간기관이다. 이 회사에서는 매년 학술적 기여도가 높은 학술지를 엄선하고, 동 학술지에 수록된 논문의 색인 및 인용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이를 필요로 하는 수요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SCI에 ‘과학(Science)’이란 용어가 붙은 만큼 주로 ‘이공계열’의 논문 주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특히 SCI의 인용도에 의해 논문의 질을 평가하고, SCI 수록 논문 수 및 인용도는 국가 및 기관 간의 과학기술 연구 수준을 비교하거나 연구비 지원, 학위 인정 및 학술상 심사 등의 반영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논문 저자 순서 중 제1 저자와 교신저자가 가장 중요한 자리다. 그 까닭은 얼마나 많은 논문에서 교신저자와 제1 저자를 했는지가 교수 승진, 연구 과제 심사 등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제1 저자는 논문의 저자 순서 중 맨 앞에, 교신저자는 맨 뒤에 각각 위치한다. 교신저자는 연구 전체를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보통 연구비를 수주해 온 사람이 된다. 제1 저자는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 중, 연구 기여도가 가장 높은 연구자가 차지한다. 그런데 여러 실험실에서 수행되는 대규모 연구에서는 누가 가장 많은 공헌을 했는지 판단이 모호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성의 지침은 논문의 초고본을 작성한 사람에게 제1 저자 자리를 주고 있다. 공헌을 가장 많이 하면 그만큼 연구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그래야 논문 초고를 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소아 병리학 분야의 SCI급 논문이라면 의대 본과 학생이 보조 인력으로 참여한다 해도 크게 이바지하기 힘든 수준이란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다. 필자는 38년간의 교수 생활을 마감하고 작년에 정년퇴직했다. 그런데 대학 재직 기간 동안 SCI나 SCIE에 손으로 꼽을 정도의 논문밖에 싣지 못했다. 물론 필자의 능력 부족 탓도 있었겠지만, 현직 교수라도 그만큼 논문 게재가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고1에 불과한 조 장관의 딸이 고작 2주간의 인턴 실력으로 이런 수준 높은 논문의 제1 저자로 등재되었다는 사실은 3류 코미디에 불과하다. 해당 논문지도 교수는 조 장관의 딸이 논문의 영작에 기여했다며 군색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학자적 양심을 저버린 것이다. 왜냐하면, 의학 논문은 자연과학 중에서도 난해한 전문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 분야로, 해당 분야의 전공자가 아니라면 내용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뒤늦게 논문지도 교수는 조 장관 딸의 제1 저자 등재가 부적절했음을 인정하고 잘못을 시인했다. 대한병리학회에서는 이를 논문 부정행위로 간주해 만장일치로 논문취소 결정을 내리고, 해당 논문을 학회지 등재에서 제외키로 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탄핵과 시민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로서의 초심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왜냐하면, 51%의 국민은 물론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신제가(修身齊家)가 덜 된 조국 교수를, 법과 정의를 지켜야 할 법무부 장관으로 끝내 임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인, 자녀를 비롯한 친인척이 각종 의혹에 연루돼있는 조국 장관이 과연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 개혁은 고사하고, 영(令)이나 제대로 서겠는지 묻고 싶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아집과 몽니가 국정 혼란을 자초하고 국민적 저항마저 불러오고 있어 이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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