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0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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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업’을 아세요?
강용
학사농장 대표

  • 입력날짜 : 2019. 09.24. 18:04
필자는 26년 전부터 친환경농업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친환경의 법적 기준도 없었고 누가 권장하지도 않았지만, 관행농업을 하면서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기거나, 과도한 농약이나 화학비료로 인한 생태환경의 변화를 몸소 겪은 사람들이 주변의 비웃음속에서도 나름대로 사명감으로 해오던 농업이 친환경 농업이었다. 심지어 남한의 식량 자급률을 떨어뜨리려는 북한의 공작이라는 의심으로 실제로 조사를 받았던 어이없는 일을 당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던 1997년 ‘환경농업육성법’이 제정돼 친환경농산물의 정의가 법으로 정해지고 1998년 친환경 농업 원년이 선포되면서, 국가에서 처음 친환경 농업의 제도적인 육성이 시작 되었다. 그나마 최소한의 ‘검증된 신뢰’ 속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친환경 농업을 이야기하고 한발 한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이때 제정된 우리나라의 친환경 농산물의 정의는 ‘농업생태계의 건강, 생물 다양성, 환경보전 등을 위한 과정과 노력을 통해 건강한 환경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자’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철학과 가치와는 다르게, 급하게 추진했던 행정적인 영향이었는지 ‘합성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거나 절감하는 것’ 이것이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원인이 무엇이었든 샘플 농산물의 농약 검출 유무로 친환경을 결정짓는다는 협소한 개념은 30년을 넘게 친환경 농업을 했던 농부가 자신은 농약을 뿌리지 않았음에도 원인도 모른 채 농약 검출로 인증이 취소되고, 해명할 기회도 없이 불명예를 안고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겨났고, 기다렸다는 듯 비난하는 언론은 외국에까지 우리나라 친환경 농업의 불신을 자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100여년간 뿌린 농약이 친환경 농업 몇 년 했다고 지구상에서 사라지지는 않는다. 지금 사용하지 않더라도 몇 십 년 전에 뿌렸던 농약이 토양 속에 잔류되어 있다가 검출될 수도 있고, 퇴비나 자재 속에 미량이라도 섞여서 또는 항공방제나 주변에서 바람에 날려 혼입돼 검출될 수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유기농업 선진국에서는 이런 현실을 인정해 농업인의 부주의와 고의적인 것 외에는 농업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일부 소비자나 언론이 원하는 불가능한 당장의 농약 잔류량 0.000%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미래의 0%를 향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친환경 농업’이고 그 과정을 인증하는 것이 ‘친환경 인증’인 것이다.

그간 우리 친환경 인증기준은 불가항력적인 경우까지 농업인에게 책임을 요구했다. 그런데 지난 8월 27일 20년 만에 마침내 ‘친환경농어업법’이 개정되었다. 친환경 농업의 정의가 ‘생물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토양에서의 생물적 순환과 활동을 촉진하며, 농어업생태계를 건강하게 보전하기 위해 합성농약, 화학자재 등을 사용하지 아니하거나 사용을 최소화한 건강한 환경에서 농축수임산물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규정되었다.

단순히 정의하나 바뀐 것이 뭐 특별할 것이 있냐고 하겠지만, 친환경의 잔류농약 검출 비율이 우리보다 3-4배 높은 유럽과 미국은 매년 친환경농산업이 10% 이상 성장했다. 그들은 농약 0.00%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일반 농산물보다 상대적으로 70배쯤 더 자연에 가까운 현실 가능한 친환경 농산물을 선택한 것이다. 우리가 상품 하나의 농약 검출에 초점을 맞춰 성장률 0%에서 정체돼 있는 동안, 유기농 선진국들은 국가 전체적으로 화학적 오염을 줄이고 친환경 농업을 ‘산업’으로 성장시켰다.

소비자들이 마치 유럽이나 미국의 친환경은 안전하고 우리의 친환경은 그보다 못하다고 인식하는 것을 가끔 느낀 적도 있다. 정책이 어떤 방향과 목표를 가리키는 지에 따라 결과는 이렇게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나는 우리나라 농업이 친환경 농업만을 해야 한다고 고집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건강한 환경을 향해 가는 세계 농업의 방향을 이해한다면, K-POP, K-BEAUTY를 이어 우리 친환경농업이 K-Food의 중심이 돼 한류의 새로운 장을 개척하는 가장 좋은 방향이라는 것은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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