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0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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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꾀하고자 하는 모든 일이 이처럼 어렵네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339)

  • 입력날짜 : 2019. 10.01. 18:13
贈白大裕[3](증백대유)
하서 김인후
난초 캐고 싶은 마음 은근하게 생기고
좋은 시기 부모님께 드리고자 하지마는
여뀌가 무성하여서 손 쓸 방법 없구나.
採蘭幽念起 好去奉親盤
채란유념기 호거봉친반
蓼蓼嗟無及 經營萬事難
요요차무급 경영만사난

기봉은 1553년에는 호당(湖堂)에 뽑혔고, 1555년 봄에 평안도 평사(評事)에 임명돼 서도관방에 부임했다. 그 곳의 삶과 정취, 자연 풍광을 시문으로 음영하던 중 가사 ‘관서별곡’을 지으니 당시에 이 노래를 즐겨 부르는 사람이 많았다고 전한다(이수광의 ‘지봉유설’에서 ‘白光弘曾任平安評事而卒其所製關西別曲至今傳唱’이라 했다). ‘난초를 캐고 싶은 마음 은근하게 생겨서 돌아가서 받들어 부모님께 갖다 드리고자 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늘 꾀하고자 하는 모든 일이 이처럼 어렵네’(贈白大裕3)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고시 셋째 구다.

작가는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1510-1560)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난초를 캐고 싶은 마음이 은근하게 생겨 // 가서 받들어 부모님께 갖다 드리고자 하지만 // 여뀌가 무성하니 손을 쓸 방도가 없구나 // (사소한 일도) 늘 꾀하고자 하는 모든 일이 이처럼 어렵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대유 기봉 백광홍에게 주다(3)]로 번역된다. 기봉이 1555년 봄 평안도평사가 돼 관서지방의 절경 등을 읊은 기행가사 ‘관서별곡’을 지었고 가사문학의 효시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시인은 첫 구에서는 [봄 산에 온갖 꽃이 다 떨어지고 없는데 // 꽃 한 떨기가 남아 있어 천만 다행이구나 // 쓸쓸하게 떠있는 밝은 달 아래에 앉아 있으니 // 시름이 가득하기만 한데 술잔은 텅 비어 있다네]라고 하면서 시적인 영감을 가만히 떠올리고 있다.

시인은 이제 엉뚱한 방향으로 시적인 상관관계를 유도한다. 난초를 캐고 싶은 마음이 은근하게 생겨 받들어 부모님께 갖다 드리고자 생각한다는 효심의 시심을 일궈낸다. 학문적인 두터움을 말할 것도 없고, 시상이 철철 넘치며 효심이 지극했던 대유를 두고 일궈낸 시심이리라.

화자는 그렇지만 여뀌가 무성하여 방도를 모르겠으니 매사가 어렵다고 했다. 여뀌가 무성하니 손 쓸 방도가 없다면서 (사소한 일도) 늘 꾀하는 일이 이처럼 어렵다는 시상이다. 여뀌는 시기와 질투가 난무한 세상에 난초를 캐서 임금님에겐들, 부모님에겐들 드린 일이 가능하겠느냐는 자문자답이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

※한자와 어구

採蘭: 난초를 캐다. 幽念起: 은근하게 일어나다. 은근히 생기다. 好: 좋아하다. 기쁜 마음으로. 去奉: 가서 받들다. 親盤: 친히 소반에 얹어 받들어 드리다. // 蓼蓼: 여뀌가 무성한 모양. 嗟: 아아!(감탄사) 無及: 미칠 바가 없다. 經營: 꾀하다. 萬事難: 만사가 어렵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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