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2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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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연계지도가 꼭 필요하다

  • 입력날짜 : 2019. 10.03. 17:46
학교전담경찰관으로 처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참석해 가·피해학생과 부모들의 진술을 듣고 난 후 조치결정을 내리는데 쉽게 입을 뗄 수가 없었다. 특히 가해학생이 진술하면서 보여준 분노와 공허한 눈동자, 다 포기한 듯한 말투는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이 학생을 위기청소년으로 관리하기 위해 첫 면담을 가서 학교생활, 가정생활 등을 확인하고 학교폭력의 재발방지를 위한 약속으로 우리의 인연은 시작됐다.

얼마 후 다시 만나러 갔을 때 그 학생의 표정은 분노 대신 너무 어둡고 위축돼 있었다. 첫마디가 “살려주세요. 살고 싶어요”였다. 학생의 팔에는 자해 흔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나간 후 들어오지 않고, 엄마는 우울증에 시달려 약을 복용하고 있는 상태였다. 가정을 위해 학생이 가장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 마저도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학생과 면담을 계속 진행하면서 내말을 하기보다는 학생 말을 들어주는 것에 집중했다. 다섯 번째 면담에서 학생은 전학을 가겠다고 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하교 후 함께 밥을 같이 먹으러 갔다. 먹고 싶다는 갈비 2인분 시키고 혼자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코끝이 찡했다. 그리고 나서도 아쉬운 마음에 생필품과 학용품을 사서 집에 데려다 줬다. 냄새가 진동한 집안은 엉망이었다. 청소를 해주고 정리를 해주면서도 답답한 마음뿐이었다. ‘내가 이렇게 1회성으로 해준다 해도 이 아이의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막막했다.

이 학생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려면 우선 환경부터 개선해나가야 한다. 생계비, 엄마의 우울증 치료가 급선무였다. 특히 이 학생과 가정을 세우기 위해서는 여러 기관의 협업이 필요하다. 학교나 경찰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구체적으로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학교에서는 학생과 레포가 가장 잘 형성된 담당자가 학생상담 및 심층상담을 위해 wee센터, 마음보듬센터에 연계하고, 학부모와도 진지한 면담이 필요하다. 교육청에서는 학생의 정서적 도움을 위한 상담기관 연계를 하며, 굿네이버스나 월드비전 등에서 경제적 지원 및 치료비 후원을 주선하며, 구청과 시청에는 학부모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지원이 가능한지 알아본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남부경찰서는 아동학대 의뢰 시 회복적 가정복구를 위해 지원하고 부모들의 자녀교육 상담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이밖에 학교전담경찰관은 가·피해학생 멘토자로서 지지 및 돌봄활동을 하고 교육청 부르미와 연계해 기존에 조직된 후원자그룹을 통해 지속적인 서포트를 하고 있다. 학교폭력의 원인은 단순하지 않기에 여러 관계기관의 협업이 꼭 필요하다./박단비·광주남부서 여성청소년과


박단비·광주남부서 여성청소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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