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7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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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영동 월류봉 둘레길
수석 같은 봉우리와 굽이치는 물줄기가 만든 비경

  • 입력날짜 : 2019. 10.08. 17:57
월류봉과 초강천이 만나 이룬 비경. 가파르게 솟아오른 봉우리들은 거대한 수석 같고, 아름다운 산세를 가진 바위 봉우리들을 초강천의 물줄기가 굽이치면서 풍경미의 극치를 이룬다.
충북도 영동 땅에 들어서자 감나무 가로수에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감의 고장답게 영동지역에는 도로변 가로수가 주로 감나무로 이뤄져 있다. 빨갛게 익어가는 감나무 가로수 길이 우리의 마음까지도 풍성하게 해준다.

영동군은 전체면적의 78%가 임야로 이뤄져 있을 정도로 산이 많은 고장이다. 산이 많다보니 골짜기도 많고 하천도 많다. 영동의 여러 산에서 발원한 하천은 금강으로 흘러든다. 영동을 적시며 흘러가는 금강과 영동의 여러 지천들은 굽이굽이 산자락을 돌고 돌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영동지역 여러 하천 중에서 민주지산 물한계곡에서 비롯된 초강천은 상촌면, 매곡면을 지나 황간면에 이르러 월류봉을 휘감아 돌면서 천하절경을 이룬다. 월류봉과 초강천이 어울린 아름다운 풍경은 예로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끌어 모았다. 최근에는 ‘월류봉 둘레길’이 만들어져 찾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다.
월류봉 둘레길을 개설하면서 데크로 만든 이 나무다리는 사람만 다닐 수 있는 현수교다. 이 다리에는 양쪽 교각을 아치형 구조물이 잇고 있는데, 빨강색 아치가 예쁘다.

월류봉광장에 도착하니 관광버스를 비롯해 많은 차량이 주차돼 있다. 자동차에서 내리자마자 월류봉(405m)의 빼어난 자태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가파르게 솟아오른 봉우리들은 거대한 수석 같고, 아름다운 산세를 가진 바위 봉우리들을 초강천의 물줄기가 굽이치면서 풍경미의 극치를 이룬다.

굽이치는 초강천 물줄기와 깎아지른 듯한 바위봉우리가 만든 풍경화에 ‘월류정’이라 부르는 정자 하나를 올려놓으니 천하절경 속에서 사람의 향기가 풍겨 나온다. 여기에 ‘달도 머물고 간다’는 의미의 월류봉(月留峰)이라는 이름까지 더해져 풍류가 흘러넘친다.

월류봉광장을 출발해 근처 언덕위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사당으로 올라간다. 우암 송시열선생이 머물던 ‘한천정사’(寒泉精舍)다. 한천정사 앞에 서니 월류봉의 아름다운 모습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우암 선생은 ‘한천팔경’(寒泉八景)이라 일컫는 아름다운 절경을 음미하면서 이곳에 서재를 짓고 글을 가르쳤다. 한천팔경은 양산팔경과 함께 영동군의 대표적인 경승지다.
큼직큼직한 돌을 놓아 만든 징검다리가 소박하고 정답다. 징검다리를 밟고 건너며 흐르는 물과 하나가 된다.

둘레길은 월류봉 건너 강변을 따라 이어진다. 강 건너 월류봉이 듬직하고, 초강천 물줄기는 굽이돌면서 흘러간다. 물줄기가 돌아가니 길도 하천을 따라 돌아간다. 황금빛 벼와 회색빛 월류봉이 가을정취를 물씬 풍겨준다. 원천교 근처에서 초강천 본류와 반야사 쪽에서 흘러오는 석천이 만난다. 석천 위쪽을 바라보면 수많은 산줄기들이 첩첩하게 다가오고, 백화산도 고개를 내민다.

둘레길은 원천교를 건너 석천을 따라 반야사로 이어진다.

반야사로 가는 도로 건너편 산비탈에 걷기 좋은 오솔길을 만들어 둘레길로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 경사가 완만한 숲길이지만 벼랑이 있는 곳에는 하천 위로 데크길을 만들어놓아 걷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해놓았다. 이 길을 만든 영동군청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산새소리 들리는 숲길을 걷다보면 조용히 흐르는 물소리가 내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길은 정다운 사람과 나란히 두런두런 얘기하며 걷기에도 그지없이 좋다. 월류봉 둘레길을 걷다보니 산악회 같은 곳에서 단체로 온 팀도 있고, 가족단위로 걷는 사람도 많다. 오늘은 수녀복을 입은 수녀 수십 명이 자연을 즐기며 걷고 있다.

완정교를 지나면서부터는 제방길을 걷게 된다. 제방 안쪽의 넓지 않은 밭과 논에서는 수확을 앞둔 과일과 벼가 풍성하게 익어가고 있다. 영동군은 내륙에 위치해 일교차가 심하고 일조량이 많아 과일을 많이 재배한다. 영동에서 생산된 과일은 맛좋기로 정평이 나있다. 영동지역에서는 감뿐만 아니라 포도·호두·사과·배가 많이 재배된다.
반야사는 계곡 옆 산자락에 가람을 배치하다보니 대웅전, 극락전, 지장전, 요사채 같은 주요 당우들이 한 일(一)자형을 이루고 있다. 극락전 앞에는 반야사 삼층석탑(보물 제1371호)이 서 있다.

석천에 놓인 운치있는 나무다리를 만난다. 월류봉 둘레길을 개설하면서 데크로 만든 이 나무다리는 사람만 다닐 수 있는 현수교다.

이 다리에는 양쪽 교각을 아치형 구조물이 잇고 있는데, 빨강색 아취가 예쁘다. 다리를 건너는데 발아래로 석천이 고요하게 흘러간다. 다리에 서 있으니 백화산 자락 반야사에서 흘러오는 물줄기가 구불구불 이어오고, 멀리 상주시 모동면의 산봉우리들이 앞뒤로 첩첩하다. 푸른 하늘에 둥실둥실 떠있는 흰 구름까지도 영동의 가을을 풍요롭게 해준다.

하천에서는 종종 다슬기를 잡는 모습도 목격된다. 하천의 물은 하염없이 흘러가고, 하천 건너 완장리 마을은 풍요로운 가을을 즐긴다. 백화교를 지나 제방길을 따라 걷는데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사과며 길가에서 하늘거리는 억새, 코스모스꽃들이 가을정취를 물씬 풍겨준다. 백화산(933m)도 어느덧 가깝게 다가온다. 백화산을 경계로 충북 영동과 경북 상주가 갈린다.

하천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넌다. 큼직큼직한 돌을 놓아 만든 징검다리가 소박하고 정답다. 징검다리를 밟고 건너며 흐르는 물과 하나가 된다. 자연과 하나가 되니 ‘나’에 집착하는 ‘아집’이 없어지고, 주변과 공동체가 된다.

반야사 입구 반야교에 도착했다. 반야교는 백화산 오르는 등산객들에게 출발지나 종착점이 되는 곳이다. 도로는 반야교 앞에서 다리를 건너지 않고 곧바로 이어지는데, 둘레길은 다리를 건너 오솔길로 연결된다. 반야교를 건넌 우리는 백화산으로 가는 등산로와 헤어져 하천가 숲길을 따라 걷는다. 그윽한 숲길은 짧지만 정감이 넘친다.

숲을 벗어나자 계곡 건너로 반야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징검다리를 건너는데, 여울물소리가 목탁소리로 들려온다. 흐르는 물에 마음을 씻고서 경내로 들어선다. 산태극수태극을 이루며 백화산 자락을 몇 구비 돌고 돈 석천은 반야사 앞에 이르러 숨을 고른다.

반야사는 계곡 옆 산자락에 가람을 배치하다보니 대웅전, 극락전, 지장전, 요사채 같은 주요 당우들이 한 일(一)자형을 이루고 있다. 극락전 앞에는 반야사 삼층석탑(보물 제1371호)이 서 있고, 극락전과 삼층석탑 사이에 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찰을 지켜온 배롱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대웅전에서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나오는데, 정면으로 백화산이 듬직하게 서있다.

이 절 주위에 문수보살이 상주한다는 믿음이 있어 사찰 이름을 반야사라 했다. 문수보살은 반야(지혜)를 상징하는 보살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때 화마를 입은 반야사는 이후 차례로 중건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반야사를 출발해 일주문 쪽으로 걸어 나오는데, 고요하게 흐르는 물소리가 문수보살의 지혜로운 목소리처럼 들려온다. 일주문을 지나자 ‘반야호’라 불리는 보에 고인 물이 주변의 나무들을 품고 있다. 이런 모습을 백화산이 지켜보고 있다.


※여행 쪽지

▶영동 월류봉 둘레길은 천하절경을 이룬 월류봉과 초강천·석천의 물길을 따라 반야사까지 이어지는 길로, 고요한 숲길과 과일나무 많은 제방길을 번갈아가며 걷게 돼 있다.
▶코스:월류봉광장→원촌교→완정교→백화교→우매리→반야교→반야사
-거리/소요시간 : 8.3㎞ / 3시간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월류봉광장(충북 영동군 황간면 원촌동1길 47)
-반야사 아래 반야교 근처에 몇 군데 식당이 있다. 그중에서 숲속민박식당(043-742-8118)의 묵밥과 손두부는 다른 곳에서는 맛보기 힘든 별미음식이다. 주변 산에서 주워온 도토리로 만든 묵과 우리 콩으로 직접 만든 두부의 맛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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