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30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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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 만 리 나그네의 시름 불러일으킨다네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342)

  • 입력날짜 : 2019. 10.22. 18:30
征人萬里情(정인만리정)
학봉 김성일

덧없이 지난 세월 꿈처럼 지났으니
고향의 향수는 봄 따라서 생기는데
누각의 관산월곡에 시름을 일으키네.
荏苒光陰夢裏經 鄕愁無賴 春生
임염광음몽리경 향수무뢰진춘생
倚樓誰捻關山月 吹起征人萬里情
의루수염관산월 취기정인만리정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겠지만, 거기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정이 흐르고 있고, 부모 형제는 몰론 고향 산천도 결코 지울 수 없는 흔적이다. 적진의 동태를 일일이 감시하고 있는 정적이 흐르는 야밤에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자신의 몸이었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의병이고 보면 ‘첩자’(諜者)의 밀고로 대패를 거듭하면서…. ‘덧없이 지난 세월 꿈결처럼 지났으니, 고향에 대한 향수는 실없이 봄을 따라 생기겠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전쟁터 만 리 나그네의 시름 불러일으킨다네’(征人萬里情)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학봉(鶴峰) 김성일(金誠一·1538-1593)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다. 1564년(명종 19)에 사마시에 입격하고 1568년(선조 1)에 급제해 승문원에 임명됐다. 이후 예문관으로 옮겨 봉직하게 됐고, 임금께 상소해 노산군의 묘를 봉(封)하고 사육신 후손들을 채용하게 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덧없이 지난 세월 꿈결처럼 지나고 / 고향에 대한 향수 실없이 봄을 따라 생기네 // 누군가가 누각에 기대어서 관산월곡을 타고 있으니 / 전쟁터의 만 리 길 나그네 시름 불러일으키누나]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전쟁터에서 만 리 시름 일으키네]로 번역된다. 전쟁 중이지만, 일어나는 시심이나 고향을 그리는 정은 변함이 없다는 말을 한다. 전쟁 중이지만 관산월곡같은 전쟁의 노래를 부르면서 사기를 북돋으면 전쟁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각오와 신념쯤은 가졌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쟁은 참혹했던 임진왜란의 와중이었다.

시인은 지나온 날들을 생각한다. 참혹했던 전쟁은 우선 접어 두더라도 이 이전 경험의 산물인 고향에 대한 생각은 끝없었음을 상기할 일이다. 덧없이 지난 세월이 꿈결처럼 지났으니, 고향에 대한 향수만은 실없이 봄을 따라 생긴다고 했다. 향수라는 선경을 품에 끌어안은 후정을 담아내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장수의 야망이 숨어 밴다.

화자는 아슴아슴하게 들리는 전쟁에서 불러지는 슬픈 노래가 시인의 가슴을 찢어지게 만들었음이 시름을 달랬음을 보이는 정을 담아내고 있다. 누군가 누각에 기대어서 관산월곡을 타고 있으니, 전쟁터의 만 리 길에서 나그네의 시름 새로 불러일으킨다고 했으리. 중국에서부터 유래됐다는 관산월곡(關山月曲)은 전쟁 중에 시름을 달래주는 슬픈 노래라 한다.

※한자와 어구

荏苒: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는 일, 光陰: 세월. 夢裏: 꿈결 속. 經: 지나다. 鄕愁: 향수. 無賴: 힘없다. 春: 봄을 좇다. 生: 생기다. // 倚樓: 누각에 기대다. 誰: 누가. 누군가. 捻: 붙잡다. 關山月: 전쟁터에서 불리어지는 전쟁의 슬픔에 관한 노래, 吹起: 일어나 불다. 征人: 전쟁 중. 萬里情: 만리의 정.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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