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2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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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독립 꿈꾸다]<10>뉴욕 스트랜드 북스토어 (Strand Bookstore)
‘18마일의 책’으로 150만명 불러모으는 ‘뉴욕 독립서점의 왕’

  • 입력날짜 : 2019. 10.29. 18:56
‘18마일의 책’, ‘뉴욕 독립서점의 왕’이라 불리는 뉴욕의 스트랜드 북스토어는 92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뉴요커들이 가장 사랑하는 뉴욕 대표 서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사진은 서점 2층으로 올라간 계단에서 내려다본 1층의 전경. 곳곳에 꽂혀 있는 책은 물론, 스트랜드 자체 제작 상품들이 눈에 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스트랜드 북스토어’(Strand Bookstore)는 명실 공히 ‘뉴욕 독립서점의 왕’이라고 불릴 만큼 뉴요커들이 가장 사랑하는 독립서점이다. 90여년의 역사는 물론, 책의 엄청난 보유량,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프로그램, 200여명의 직원들, 스트랜드 로고를 활용한 브랜딩 제작 상품까지. 이곳은 올해 뉴욕시 지정 랜드마크가 되기도 했다.
스트랜드 북스토어 외부에 마련된 매대 전경. 이곳에선 중고서적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책을 만나볼 수 있다.

뉴욕 독립서점을 취재하기로 마음먹은 계기 또한 ‘스트랜드’가 시작이었다. 1년이면 150만명이 드나든다는 이곳은, 조용하고 아담한 한국의 독립서점과는 아주 다른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스트랜드를 찾은 날은 장대비가 세차게 내리던 때였다. 궂은 날씨에도 사람들은 이곳에서 책 문화를 향유하고 있었다. 대형서점 못지않은 규모를 자랑하는 스트랜드는 사람들의 북적거림이 언뜻 슈퍼마켓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이곳이 주는 느낌은 뉴욕만이 가질 수 있는 문화 그 자체로 느껴졌다.

스트랜드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92년 전인 192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책과 서점을 좋아했던 창립자 벤자민 배스는 25세 때 자신이 갖고 있던 책을 모아 300달러로 책방을 오픈했다. ‘스트랜드’란 이름은 찰스 디킨스, 버지니아 울프 등 문학가들이 많이 살았던 런던의 거리명에서 따왔다. 벤자민의 아들 프레드 배스가 경영을 이어받았으며, 현재는 프레드의 딸인 낸시가 운영 중이다. 3대가 줄곧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스트랜드 서점 3층에서 문화 프로그램이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로 붐비고 있다. /스트랜드 공식 페이스북

대형서점과 비슷한 규모이지만, 스트랜드가 ‘독립서점’으로 분류되는 이유도 개인이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랜드는 ‘18마일의 책’이란 캐치프레이즈로 잘 알려져 있다. 보유한 책들을 늘어놓으면 ‘18마일’(약 29㎞)이 된다는 뜻이다. 이들이 갖고 있는 책은 250만권에 이른다. 소설이나 시 등 베스트셀러는 물론이고 고서적, 전문서적, 절판본, 희귀본까지 대부분의 책을 이곳에서 구할 수 있다.

지하 1층과 지상 3층, 총 4층으로 이뤄진 스트랜드에선 책 이외에도 LP, DVD, 빈티지 지도 등 을 취급한다.

여타 독립서점에서도 진행하는 작가와의 대화, 문화예술 프로그램 등은 당연히 진행하고 있는 이곳은 막대한 양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북스 바이 더 풋’(Books by the Foot)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 주목할 만 하다. 이는 1피트(30㎝)당 20달러부터 500달러까지 대여료를 받고, 책의 커버 색깔별, 주제별 등 원하는 대로 서재를 꾸밀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쉽게 말해, 광고나 영화 촬영, 공간에 변화를 주기 위해 책을 빌려주는 것이다.
넓은 규모를 자랑하는 스트랜드 북스토어는 책 이외에도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점 곳곳에 스트랜드만의 특징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사진 위부터 중고책 판매대, DVD와 LP등 음반 매대, 지난 6월 성소수자 인권운동인 ‘스톤월 항쟁 50주년’을 기념해 ‘무지개색’ 책의 배열로 꾸며놓은 계산대, 빈티지 지도 판매 공간.

또 대형서점과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다. 스트랜드는 10개의 책 제목, 10개의 저자 등을 맞추는 까다로운 퀴즈를 통과한 사람들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만큼, 직원들은 판매되는 책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어야만 한다. 서점 곳곳에 ‘Ask us’(우리에게 물어보세요)라는 표지만 봐도 알 수 있다.

근무하는 직원은 200여명에 달한다. 스트랜드의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직원들의 얼굴 사진과 함께, 이들의 추천한 책을 만나볼 수 있다. 직원들은 평론가들이 놓치거나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뒤떨어져 있는 좋은 책들을 매대 잘 보이는 곳에 꺼내놓고 고객들에게 소개한다. 서점 곳곳에서 직원들이 자필로 적은 책에 관한 코멘트를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의 자체 제작 상품이다. 빨간 원 안에 ‘STRAND’라는 글씨를 적어 넣은 로고를 통해 에코백이나 자석, 파우치, 티셔츠 등을 만들었다. 전 세계 관광객들이 책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뉴욕 서점 문화의 상징이기도 한 스트랜드의 상품들을 구매함으로써 이곳에 대한 기억을 남길 수 있다. 자체 제작 상품들은 스트랜드의 안정적인 수입원으로 기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스트랜드는 오픈 이래 최대 난항을 겪고 있다. 올해 뉴욕시 자체에서 도시 랜드마크로 선정한 것.

언뜻 보면 랜드마크 지정은 영예로운 일일 수도 있으나, 스트랜드 측은 “규제가 많아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랜드마크 지정이 되면 임의로 건물을 철거하거나 변형할 수 없게 되는 등 운영상 재량권을 사실상 빼앗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다.

이에 대해 스트랜드의 직원 라이 알트슐러(Leigh Altshuler)는 “건물이 주정부 관리 아래에 들어감에 따라 건물에 어떠한 변화를 주려고 해도 주정부와 상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건물을 보존해야 하기 때문에 개조나 공사를 할 수 없게 됐다”며 “랜드마크 지정 취소를 위해 뉴욕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욕=정겨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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