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3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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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명품마을을 찾아서]<17>함평 상모마을
천년의 역사 이어온 ‘나비고을’ 함평의 뿌리
함풍현·모평현 합명→함평 지명 유래 유구한 전통 계승하는 대표 체험마을
돌담길로 시작되는 파평 윤씨 집성촌 인천산 대숲·팽나무 마을숲 운치 더해
‘함평 천지’에 새로운 희망 싹 틔우는 21세기형 농촌여행 상모체험휴양마을

  • 입력날짜 : 2019. 10.30. 18:13
전통한옥과 돌담길.
천년의 시간을 고즈넉이 간직한 마을이 있다. 그 주인공은 함평군 해보면에 자리한 상모마을. 소담스런 돌담길과 멋스러운 전통한옥으로 이뤄진 이곳은 무려 수 천 년의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마을이다. 고려시대 모평현 소재지로서 상모평, 하모평, 운곡, 산내리 4개 마을을 한데 묶어 각 마을의 특징을 살린 21세기형 농촌 체험마을로 현재 진행형인 전통마을이기도 하다. 그 중심역할을 상모체험휴양마을이 하고 있다.

◇천지가 모평마을만 같아라

‘함평 천지’로 시작하는 호남가의 첫 대목을 차지할 정도로 유서 깊은 고장 함평. 그 이름은 상곡리 모평마을(상모마을)에서 유래됐다.

함평은 ‘함풍’현과 ‘모평’현 2현의 합명이다. 즉, 모평마을은 함평을 이룬 2개의 현 중 하나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곳은 함평의 뿌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은 전통마을 열풍! 우리는 급속하게 변해가는 LTE 시대에 역설적으로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전통마을을 일부러 찾아 나서고 있다.

빨리빨리 살아가길 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삶에 지친 우리가 쉴 곳을 찾는 건 아닐는지. 우리나라 구석구석 수많은 전통마을. 그 중에서도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전통을 이어가는 마을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함평의 상모마을을 꼽을 것이다.

파평 윤씨 집성촌인 마을은 예쁜 돌담길로 시작된다. 마을 어디를 가나 보이는 돌담은 정겨움을 선사한다. 마을을 감싸는 인천산 대숲. 그리고 팽나무 마을숲이 함께 어우러져 그 운치를 더한다.

마을 전체가 고풍스런 전통한옥으로 조성돼 있으며 27종의 역사문화 자원을 간직하고 있다.

마을에 내려오는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 들어 보자.

이 곳에 정착한 인물은 고려 공민왕 대에 태어난 윤길이다. 황해도에 거주하던 그는 91세의 고령에 제주도에 귀양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던 중 마을에 이르렀다고 한다.

윤길은 이 곳의 풍광에 반해 집을 짓고 아예 눌러앉아 여생을 보냈다.

◇여기가 한옥의 압구정
죽림차밭. 안샘(천년샘). 하늘서 바라 본 상모마을 전경.

상모마을은 오래된 양반고을이다. 충노비와 정려각, 열녀비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양반의 품위를 중시하는 만큼 노비의 노력도 인정해 주던 마을이었던 점을 보면 그 넉넉한 마음 씀씀이를 짐작할 법하다.

마을 주민들은 이 곳을 ‘한옥의 압구정’이라고 한다. 그만큼 옛집이 즐비하다. 황토 빛깔의 흙담과 기와집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우리나라 한옥의 특징은 자연과 어우러진 것이다. 물과 바람을 거스르지 않고 조화롭게 자연을 그대로 담아냈다.

담장 안의 나무 한 그루, 기와 한 장에서도 자연과 어우러지며 세월의 더께가 묻어난다. 옛집 처마의 단아한 곡선도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 길을 따라 마을을 싸목싸목 걷는 기분이 호젓하다. 마을 풍경이 결코 요란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골목마다 정감이 넘실댄다.

마을에선 파평 윤씨의 제실 ‘임천정사’를 먼저 봐야 한다. 겉모습에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건물이다. 입향조 윤길이 직접 짓고 인재 양성 공간으로 쓰다가 나중에 제실로 바뀌었다. 앞에는 작은 도랑을 둬 사철 물소리를 듣게 했다. 뒤로는 임천산이 둘러싸고 있어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마을의 크고 작은 잔치도 여기에서 펼쳐졌다.

마을에는 현재 10여 개의 한옥 체험형 민박집이 있다. 자연과 동화되고 마을의 일부분으로서 외갓집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천년동안 마르지 않는 샘, 안샘

마을을 훤히 꿰고 있는 샘이 있다. 과거 관아의 우물로 사용했던 안샘. 고려시대 때부터 흘러온 이 샘은 편안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대나무와 야생차 수액이 흘러들어 그 맛이 가히 기가 막힌다고 한다. 그리고 주목. 이 물을 마시면 10년은 젊어진다는 전설이 있으니 잊지 말고 물을 꼭 먹어볼 일이다. 이 샘은 마을 사람들이 특히 아끼는 약수터이다. 마을의 태동을 같이 한 샘이다. 빨래를 하고 물을 기르고 마을 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터이다. 그 이름만큼이나 마을 사람들에게 편한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왕 마을을 찾아왔으면 마을 앞 숲길을 걸어볼 일이다.

해보천을 따라 이뤄진 아름드리 숲. 너른 평야 위 한 조각 섬 같은 이곳은 어떻게 생기게 된 것일까. 팽나무와 왕버들 등 나무 40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서쪽에서 불어오는 겨울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방풍림이다. 풍수지리상 마을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인공 비보림이기도 하다.

바람막이가 주된 목적이지만, 보호림은 세월이 흐르면서 신록과 녹음이 인상적인 가경이 됐다. 그 명성에 따라 산림청과 생명의 숲 등이 정한 ‘아름다운 숲’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숲은 느티나무 건너편에 위치한 한옥 다실인 ‘영양재’(潁陽齋) 뒤편에도 있다. 대나무와 차나무가 군락을 이뤄 ‘죽림 차밭’이라고 일컬어진다.

한겨울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아 항상 청량하고 상쾌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이 산림 사이로 임천산 산책로가 있다. 모평마을에도 걷기 좋은 길이다. 2.6㎞의 산책로는 영양재부터 시작해 오죽군락지, 야생 죽로차밭, 편백나무, 왕대나무숲, 조릿대숲, 마을 뒷편 정자까지 이어진다. 쉬엄쉬엄 녹음을 즐기며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추억이 넘실, 상모체험휴양마을 인기몰이

지혜로운 선조들이 가꿨던 마을. 그 미덕을 아는 이들은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과거의 흔적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상모체험휴양마을은 역사와 전통, 그리고 생생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농촌마을로 거듭나고 있다.

기억을 되살려 복원시킨 물레방앗간을 비롯해 숲속 물놀이 체험장, 전통 찻집운영 및 녹차케이크 만들기를 할 수 있고 좀 더 특별한 체험마을을 지향하는 곳이라 장 담그기 체험, 오디 따기, 누에 먹이주기 등 지역자원을 활용한 체험거리가 풍성하다.

길고 깊은 세월의 흔적이 주는 멋이 있다.

숨겨진 보석 같은 모평마을. 부디 이곳이 사람들에게 그 숨겨진 매력을 마음껏 발산해 우리나라의 또 다른 전통마을, 사람들이 찾고 싶은 마을로 거듭나길 바란다.

켜켜이 쌓인 선조들의 역사를 이어가면서 새로운 터전을 일구는 상모체험휴양마을. 지금 이곳은 다시 찾고 싶고, 생각나는 마을을 꿈꾸고 있다. 함평 천지에 희망을 싹 틔우고 있다. /최지영 자유기고가·함평=신재현 기자

/사진=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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