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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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예술, 그리고 소소한 행복
김도영
드영미술관장

  • 입력날짜 : 2019. 10.31. 17:53
창문을 열면 무등산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낮게 가라앉은 안개가 늦가을 아침의 정취를 더해준다. 대기와 지면의 기온차를 뚜렷하게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매개체다. 뜨거웠던 태양이 고개를 수그러들고 이제 선선함이 가득 찬다.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순환 속에 우리가 있음을 가만히 알린다.

살다보면 언제나 행복하진 않다. 때론 너무 고단하다. 퍽퍽한 일상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헤맬 때가 더러 있다. 그럴 땐 자연이 최고다. 아름다운 대 자연의 품 안에 들면 저절로 고단함의 매듭이 풀어지고 유연해지곤 한다. 최근 바이칼 호수니, 안나푸르나니 하는 곳들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 상당한 것을 보면 자연이 주는 위안이 크나 보다. 마치 태고의 공간에 든 듯 생명의 에너지를 새로 얻게 된다. 그래서 배낭을 메고 떠난다. 인간 세상에서 마주치는 일들이 자잘하게 느껴지며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안고 있었던 문제의 무게감이 다소 줄어들게 된다. 해서, 팔딱이는 자연의 허파 속으로 미련 없이 떠나곤 한다. 때론 예술이 그에 못지않은 답이 된다. 예술에 탐닉하다 보면 자연 못지않은 위안을 얻기 때문이다. 우선 감상이 주는 효용이 매우 크다. 보는 것만으로 마음의 위안이 된다. 그래서 요즘 미술관 순례를 다니는 이들을 간간이 볼 수 있다. 누군가의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세계를 본다는 것이고 거기서 수많은 교감이 이뤄진다. 그것만으로도 가슴 떨리는 기쁨이 생겨난다.

거기에 머물지 않고 창작해보는 경험은 또 다른 기쁨이다. 필자 역시 그 기쁨을 찾아 만학으로 붓을 잡고 미술을 공부했다. 반백이 넘어 공부하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 뒤 끝에 미술관까지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게 예술이 가진 힘이 아닌가 싶다. 정말 그랬다. 그림을 그리노라면 너무 즐겁다. 붓을 들고 캔버스에 형상을 그리면 거기에 나의 세계가 펼쳐졌다. 다른 곳에선 찾을 수 없는 경험이다. 창작이 고통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의 세계를 갖는다는 것은 정말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다. 고통 뒤에 오는 기쁨은 더욱 크다. 가슴 설레는 일이다.

무등산을 올려다보며 무등의 품에서 산다. 자연의 품속에 있는 셈이다. 무등산자락 공기 청청한 곳에서 붓을 잡고 작업을 한다. 그리고 미술관 운영을 한다. 날마다 미술관 안팎을 돌며 관람객 맞이 준비를 깔끔하게 한다. 조만간에 드영미술관의 올해 릴레이 기획전시 ‘소소한 이야기’ 중 마지막 다섯 번째 전시(11월7-12월8일 드영미술관)를 연다. 그 준비를 하느라 요즘 바쁘다. 작가들로부터 작품리스트를 받고 어떤 작품인가를 보며 디스플레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짠다. 자연 속에서 작업을 하고 또 틈틈이 기획전 준비 등 미술관 운영에 쏟다보면 하루하루가 즐겁다. 조만간에 단풍이 들면 무등은 또 다른 색깔로 아름다움을 뽐낼 것이다. 자연을 호흡하고 예술을 동무하며 지내는 삶이 정말 행복하다. 그 행복을 많은 문화시민가 함께 누리고 싶다. 무등산으로, 미술관으로 놀러 나오길 바란다. 두 팔 벌려 환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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