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7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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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의 차 이야기 <13>나는 행복한 짐꾼
차를 오래 우려내며 기다리는 동안
마음 맺혀있는 것 스르르 풀어지네

  • 입력날짜 : 2019. 11.07. 18:21
삽화=담헌 전명옥
한마디의 말이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말의 토씨 하나만 바꾸더라도 사람이나 세상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

그만큼 말은 소중하다. 심지어 말을 잘못하면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며 마치 칼에 맞은 듯한 상처를 준다.

반대로 말을 잘 하면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게 하고 긍정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말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말을 잘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덕스러운 말, 힘을 주는 말,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말을 하는 것은 더 귀중하다.

나는 이런 한마디만 들으면 모든 힘듦이 다 해결된다.

“이 물건 사주세요”보다는 “이 차 한 잔 드세요”

“이것 하세요”보다는 “이 찻자리 해드릴게요”

“이 수업 하면 좋을 텐데…”라고 할 때 차 수업이면 “제가 해드릴게요”

“다구가 없어서 어떻게 수업을 할까?”라고 하면 “우리 집에 다기세트 있으니 가지고 와서 할게요”

이러다보니 내 두 손에는 깨지기 쉬운 사기그릇이 항상 무겁게 들려 있다.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만약 엘리베이터 안에서 주민을 만나면 “일을 많이 하시네요”라고 인사말 해준다.

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거나 내려가면서도 마찬가지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를 만났을 때, 혹여 다식이 여유가 있으면 나눠먹는 사이가 된다.

그분은 내가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면 함께 들어주기도 하고 엘리베이터를 잡아주기도 한다. 참 고마운 분이다.

어느 날 나에게 “사모님은 항상 짐이 많아요” 하여 서로 마주보며 웃기도 했다. 그래도 행복하다. 이 한마디에.

“아! 신기하다.”

“어머! 그릇 예쁘다.”

“어머~ 이 음식을 어떻게 먹어?”

“어디 가서 이런 걸 볼 수 있어?”

“사진 찍어 가야지”

이런 한마디에 나는 온 몸의 세포가 무너져 부드러운 연체동물이 돼버린다.

“드세요”

“이거 올해 제가 직접 다원에 가서 만든 차예요.”

“맛은 어때요?”

“향은 어때요?”

“색은 죽여주죠?”

“우리나라에서 난 차랍니다.”

나는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따스한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따끈한 물로 다관(茶罐)에 차를 오래도록 우려내며 기다리는 동안 혹여 마음에 맺혀있는 것이 있었더라도 스르르 맥없이 풀어지고 만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따스한 차 한 잔을 마시는 동안 어느덧 마음 깊은 곳에서는 즐거움이 샘물처럼 솟아 올라온다.

찻잔의 따뜻한 온기와 향기로 마음까지도 따뜻해지게 된다.

물론 그때 함께 나누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마음을 평안하게 하고 상대방을 기쁘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은다례원 원장


가은다례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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