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0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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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어찌할 것인가?
박대우
지역발전정책연구원장

  • 입력날짜 : 2019. 11.14. 17:58
미국의 군 수뇌부가 우리나라를 찾았다.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등 면면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들의 방문목적은 한·미 양국이 1년 단위로 개최하는 한미군사위원회 회의와 한미안보협의회의에 참석해 주한미군, 북한 문제 등을 비롯한 한반도의 군사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이다. 이 회의들은 매년 우리나라와 미국을 상호 방문해서 열리는 만큼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상시적인 논의가 가능한 구조이다. 그렇다보니 특별하고 시급한 사안이 발생하지 않는 한 각국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않고 회담이 개최됐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처음부터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 국방과 외교 관계자는 물론이고 경제 관련 기관에 이르기까지 미국 측의 한마디 한마디에 담긴 목적과 의미를 면밀하게 분석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번 만남에서 주한미군의 주둔과 방위비 분담 등에 있어 서로의 입장이 다르고 주장하는 차이가 워낙 크기도 하지만 가장 민감한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을 둘러싼 회의 결과에 따라 한반도와 주변의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소미아는 단순히 한·일 간의 군사정보에 관한 의제를 훌쩍 뛰어넘어 한·미·일, 그리고 한반도 주변의 국방·외교·경제 분야에 이르기까지 그 파급력이 엄청난 사안이다.

지소미아는 한·일 두 나라가 군사정보의 전달·보관·파기·복제·공개 등에 관한 절차를 규정하는 21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2016년 11월 23일 체결된 이 협정은 유효 기간이 1년으로, 기한 만료 90일 전까지 종료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1년이 연장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지난 8월 22일 지소미아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2019년 11월 23일부터 자동으로 파기될 예정이다. 내용만으로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실상은 대한민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에 버금가는 중요한 협정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지소미아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하는 동북아시아 전반의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방문하기에 앞서 일본을 찾은 미국의 합참의장은 아베 총리를 만난 후 “한국에서도 지소미아가 비중 있게 다뤄질 것이며, 시한을 넘기지 않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만큼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어느 정도의 압박은 예견했었지만 우리나라를 방문한 국방과 외교 라인은 물론이고 미국 현지의 하원 군사위원장까지도 한·미·일간 협력은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엄청나게 중요하다며 지소미아의 갱신을 공개적으로 요구할 정도이니 말 그대로 파상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8월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의 종료를 선언한 직후에도 강한 실망과 우려라는 표현으로 공개적 압박에 나선 적이 있다. 이처럼 한·일간의 갈등에 대해 미국이 즉각적이고 직설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드문 경우이다. 결론적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성급한 결정에 대해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물론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고 국민들의 감정에 반응하기 위한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대통령이 직접 지소미아의 종료를 선언함으로서 협상의 여지가 없는 막다른 길을 택한 것은 대단히 아쉽고 실망스러운 결정이었다. 국제관계의 연계성을 파악하는 고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지소미아의 종료를 선언하지 않고 ‘필요성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거나 또는 ‘엄중하게 따져보겠다’ 정도의 완곡한 대응으로 나섰더라면 일왕의 즉위식을 축하하기 위해 총리가 참석하는 것에 대한 시시비비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본의 한 대학에서 강제징용과 위안부 배상의 해법을 제시하고 논란에 직면하는 상황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예정에 없던 환담으로 어색한 국면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쫄지 말고, 죽창을 들고 싸우자’던 객기를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숨겨야 하는지 참으로 곤혹스러운 형국을 맞닥뜨리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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