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9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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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첩
김규랑
문화기획자

  • 입력날짜 : 2019. 11.14. 17:58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어느 날 문득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늘 설렌다. 하늘위에 떠 있는 즐거움과 낯선 도시에서 만나게 될 그 무엇들로 나의 발걸음이 다다른 곳은 폴란드 바르샤바의 프레드릭 쇼팽 국제공항이다. 특별한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폴란드는 위대한 음악가의 나라였다.

음악가의 나라답게 바르샤바의 거리에서 만나는 벤치에서는 쇼팽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아름다운 쇼팽공원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연주회가 펼쳐진다. 도심에 위치한 쇼팽 박물관은 흥미로운 사료도 적지 않게 전시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전시물이 디지털화돼 있어 하루 종일 쇼팽의 삶과 예술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디지털화된 악보를 넘겨가며 쇼팽의 모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이기도 한 이곳은 지하에는 동굴 같은 작은 공연장이 있어 음악회도 함께 열린다. 쇼팽 콩쿠르도 5년마다 한 번 이곳 바르샤바에서 열린다.

유럽의 여러 나라를 연주여행을 다니던 중 전쟁으로 고국 폴란드로 돌아오지 못했던 그는 늘 가족과 고국을 그리워하며 생을 마감했는데 그의 유언대로 쇼팽의 심장이 바르샤바의 성 십자가 성당에 묻혀 있다. 바르샤바에서 차로 1시간쯤 달려 만났던 곳, 쇼팽의 생가. 쇼팽의 음악이 흐르고 넓은 정원을 거닐어 생가에 들어섰을 때 창문 밖으로 나무들이 물들어가고 있었다.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어머니와 누이들의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자랐을 쇼팽. 그의 생가에서는 젊은 연주자의 연주로 여행의 행복감은 더해만 갔다.

교황 요한바오로2세, 코페르니쿠스, 퀴리부인 등 폴란드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생가는 단지 집으로 존재하는 게 아닌 그 인물들의 역사와 삶, 업적을 너무도 흥미진진하게 잘 만들어져 있어 폴란드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너무도 사랑받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폴란드의 심장 비스와 강이 흐르는 바르샤바를 시작으로 폴란드의 옛 수도이자 문화예술의 도시 크라쿠프, 난쟁이 도시로 유명한 브로츠와프, 10세기 폴란드 최초의 주교구가 설치된 포즈난, 중세도시를 그대로 간직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 토룬, 발트해 연안의 북부 헬, 그드니아, 유럽의 숨은 보석같은 그단스크까지 폴란드의 도시를 거닐고 폴란드 사람과 문화 예술를 만날 수록 빠져들었던 그 곳, 폴스카.

폴란드의 수많은 도시 중 발트해 연안의 북부 도시 그단스크는 유럽의 숨은 보석 같은 도시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귄터 그라스의 고향이며 그의 대표작 양철북의 배경이 된 도시이기도 하다. 발트해의 물이 도시로 흐르며 해적선을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을 사로잡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폴란드인들의 열정은 폴란드 도시마다 있는 국제공항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었다.

요한 바오로2세 크라쿠프 발리체국제공항, 브로츠와프 코페르니쿠스 공항, 폴란드의 저명한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비카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포즈난공항, 폴란드 민주화의 도화선이 됐던 자유노조 운동을 이끈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의 이름이 붙여진 레흐 바웬사 그단스크공항 등 폴란드인의 사랑과 존경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여행자에게는 그 인물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폴란드의 역사와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제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으로 독일과 소련에 분할 점령되는 아픔과 2차대전 종전 후 독립을 되찾았지만 사회주의 위성국으로 살면서 사상의 자유를 누리지 못했던 오랜 세월 강대국에 둘려쌓여 수난을 겪었던 나라,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다시 일어섰던 폴란드, 그들의 역사는 우리와 닮아있었다.

수난의 역사에서 민족의 구심점이 된 것이 문학이었을 것이다. 슬라브어족에 속한 폴란드어는 고풍스럽기까지 하다. 인구 3천800만명의 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 5명, 폴란드 문학의 저력을 볼 수 있었다.

폴란드 현대사와 현대적 삶을 쓴 소설가겸 시인 <올가 토카르추크>, 쿼바디스 유명한 소설가 <헨리크 시엔키에비치>, 나치즘과 공산주의라는 전체주의에 저항하다 망명한 시인 <체스와프 미워시>, 농민소설가 <브와디스와프 레이몬트>, 공산국가가 된 폴란드에서 모국어의 우아함과 섬세함을 지켜낸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수난의 역사에서 지켜낸 민족어로 전 세계인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미츠키에비치> 시인의 동상이 폴란드 전역에 10개가 넘는다고 하니 폴란드인의 역사와 문화에 자긍심은 대단했다.

폴란드의 마르친 감독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을 원작으로 한 <더 보이 이스 커밍> 연극을 통해 유럽 전역에 광주의 역사를 알리며 최근 광주를 찾았었다. 내년 40주년을 맞아 광주에서 연극을 올린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이처럼 폴란드는 도시의 건축뿐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 인물등 옛것을 소중히 간직하며 현대의 삶속에 녹아내어 흐르고 있었다.

폴란드 출신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의 작품 ‘피아니스트’는 쇼팽의 녹턴으로 시작된다.

스산해지는 겨울밤 쇼팽의 ‘녹턴’을 들으며 한 해를 마무리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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