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0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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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뱃지의 월급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9. 11.20. 19:24
국민들이 국회의원의 정치활동을 개혁하자고 주장할 때 늘 따라붙는 것이 너무 높은 임금이다. 국회의원 세비에는 수당과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여비 등이 포함된다. 점잖게 말하면, ‘국회의원의 직무활동과 품위유지를 위해 지급하는 보수’다. 국회의원 월평균 수입은 1천100만원 이상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국회의원 세비를 최저임금의 5배 이내로 억제하는 내용의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심대표는 국회의원뿐 아니라 일정한 직위 이상의 고위 공직자 임금을 최저임금의 5배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심 대표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과감한 개혁을 완수해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자신의 법안을 직접 소개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재 최저임금의 7.25배에 해당하는 의원 세비를 30% 삭감하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세비에는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 항목이 있다”며 “의원 본연의 업무인 입법 활동에 대해 별도의 항목을 만들어 지급하는 것인데, 비과세 항목이어서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법 개정으로 이를 즉각 폐지하자”고도 제안했다.

실제 ‘세비-최저임금 연동 상한제’가 도입되면 국회 예산 141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법안 발의에는 심 대표를 포함한 정의당 6명과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대안신당 유성엽·천정배 의원,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참여했다.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자기들의 임금을 자기들이 정했다. 새해 예산안을 다루며 공무원 공통보수 인상 정도 등을 고려해서 얼마씩 늘리는 식으로 눈치가 보여 동결을 했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다시 올리고 그러고도 또 비난 여론이 들끓으면 반납을 하겠다는 등 소동을 벌이곤 했다. 지난해 말에도 전년 대비 1.8% 세비를 올렸다가 예의 ‘셀프 인상’에 분노한 시민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았다.

내년에도 세비는 별다른 조치가 없다면 공무원 보수인상률대로 2.8% 올릴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3%로 전망하고 있다. 국민은 이제 졸라맬 허리띠가 없다. 국회가 먼저 모범을 보인다면 국민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소득격차다.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특권도 국민은 불편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400만원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스스로 세비를 줄이고 낮은 자세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면 큰 박수를 받을 것이다.

얼마전 국회의원들이 세비 반납 릴레이 버스킹을 했던 장면이 기억난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시작한 이 운동은 시도 자체만으로도 관심을 받았다. 민 의원은 세비 1천만 원을 ‘윤상원 기념사업회’에 기부했다. 당시 민의원은 ‘민생법안이나 추경예산 발목을 잡을 거면 최소한 본인의 세비는 반납하거나 기부하고 하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회의원이 본회의와 상임위 회의 등 각종 회의에 무단으로 결석을 할 경우 수당을 삭감하는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다. 이찬열의원 등이 공동발의한 일명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법’(국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국회 회의 출석이 국회의원의 기본 임무임을 감안해 무단으로 회의에 참여하지 않는 국회의원에 대해 ‘수당’과 ‘특별활동비’를 지급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에는 ‘특별활동비’만 삭감하도록 규정돼 있다. 외국의 경우, 벨기에는 국회의원이 상습적으로 회의에 불출석할 경우 월급의 40%까지 삭감한다. 또 프랑스는 상임위원회에 3번 이상 결석하면 다음 해까지 상임위원회 위원직을 박탈하고 포르투갈도 한 회기 중 상임위원회에 4번 이상 불출석하면 상임위원회 자격을 박탈한다.

사실 국회의원들이 내려놓아야 할 특권과 특혜는 높은 세비, 특활비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의원들은 세계 최고 수준(2016년 기준 OECD 3위)의 세비를 받고 있으면서도 툭하면 보이콧, 맘에 맞지 않으면 국회를 마비시켜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20대 국회에서 ‘특권 내려놓기’ 얘기는 고(故) 노회찬 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세상을 달리한 정의당 노회찬 전 원내대표가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회의원 세비(월급)를 절반으로 줄이자”고 제안했을때 모두가 깜짝 놀랐었다. 당시 노 원내대표의 본회의장에서 ‘반값 세비’나 특수활동비 폐지 등을 거론했을 때 의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20대 국회의원의 세비는 연 1억4천만 원으로 OECD 회원국 중 1인당 국민소득에 견줘 미국·일본 다음이다.

본질은 국회의원들의 일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을 과하게 많이 하면, 월급이 많다거나 숫자가 많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것이다. ‘밥값을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월급 많은 것이 아까운 것 아닐까.

국민들은 정말 절박하다. 어렵고 힘들다. 가족 동반 자살이 늘고 있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양심·양식이 있어야 한다. 금벳지의 월급도 국민이 공감할만한 수준으로 조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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