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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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리 아녀자들 나무통으로 물 길어 나르고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348)

  • 입력날짜 : 2019. 12.10. 19:25
覽濟州(람제주)
백호 임제

과원에 주렁주렁 금빛 귤 일품이요
반찬엔 옥돔 올라 많이들 좋아하는데
나무통 물 길어 날라 올레길을 만들고.
園果最稱金色橘 盤 多用玉頭魚
원과최칭김색귤 반손다용옥두어
木桶汲泉女兒負 家家築石作門閭
목통급천여아부 가가축석작문려

시인 임제는 상당기간 동안 제주에서 살았다. 제주목사였던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풍랑이 거친 바다를 조각배로 건너가고, 올 때는 배가 가벼우면 파선된다고 배 가운데에 돌을 가득 싣고 왔다고 한다. 그 때에 제주에서 보고 느꼈던 일을 쓴 글이 상당수 전한다. 금빛 귤이며 옥돔 등 맛있는 반찬거리를 시상으로 떠올리고 있다. ‘제주도 과원의 금빛이 생산되는 귤이 일품이요, 반찬으로는 옥돔을 많이 좋아하더라’라고 하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비바리 아녀자들 나무통으로 물 길어 나르고’(覽濟州)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율시의 후구다.

작가는 백호(白湖) 임제(林悌·1549-1587)로 조선 중기 문신이자 시인이다. 흥양현감, 서도병마사, 북도병마사, 예조정랑을 거쳐 홍문관지제교를 지냈다. 서도병마사로 임명돼 부임하는 길에 황진이의 무덤을 찾아갔다가 임지에 부임도 하기 전에 파직 당했던 호기에 찬 인물로 널리 알려진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제주도 과원 금빛 나는 귤이 일품이요 / 반찬으로는 옥돔을 많이 좋아하더군요(반찬 손) // 비바리 아녀자들 나무통으로 물을 길어 나르고 / 집집마다 돌담을 쌓아 올려 올레를 만들었군]이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제주를 둘러보고]로 번역된다. 제주는 예나 이제나 볼거리가 많았다. 삼다라 했단다. 이 시의 제목이 문집엔 ‘소승’(小乘·수행을 통한 개인 해탈)으로 돼 있으나 내용과 걸맞지 않아 필자 임의로 시제와 같이 바꿨다.


시인은 전구도 제주의 자연환경을 다음과 같이 그려냈다. [아득한 거친 바다 하늘에 닿아있고(鯨海茫茫接太虛) / 이 고을 백성과 물산은 연꽃에 붙어 있는 듯(연꽃 거)(一州民物寄浮 ) // 한라산 꼭대기엔 안개구름 고상하고(漢拏峯頂雲霞古) / 성주가 살던 마을 풀 나무 황량하네(星主村邊草樹荒)]라고 해 시의 정경적 분위기를 알 수 있게 한다.


화자는 금빛으로 빛나는 감귤, 제주의 명품 옥돔, 비바리가 물 긷는 나무통, 돌담을 쌓았고 또한 올레길을 만들었다는 제주의 특징을 잘 관찰하고 있다. 법인이 관찰할 수 없는 시인만의 감상력이다. 당대 명문장가로 명성을 떨쳤던 조선중기 시인이다. 황진이 무덤을 지나며 읊은 ‘청초 우거진 골에…’로 시작되는 시조와 기녀 한우와 화답한 시조 ‘한우가’ 등도 널리 알려진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그의 풍류와 시적 행위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한자와 어구

園果: 과원. 과수원. 最稱: 최고라고 칭한다. 金色橘: 금빛 귤. 盤 : 소반의 반찬. 多用: 많이 애용되다. 玉頭魚: 옥돔. 머리가 옥색깔인 돔. // 木桶: 나무통. 汲泉: 샘에서 물을 긷다. 女兒負: 여자들이 짊어지다. 家家: 집집마다. 築石: 돌로 담을 쌓다. 作門閭: 올레 문을 만들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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