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6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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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메르스-코로나, 괴질의 공포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20. 01.29. 18:25
지구촌 인류는 바이러스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인가.

심각한 폐질환을 유발하는 신종 바이러스가 2019년 12월 중국에서 발생한 이래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경자년 새해를 강타한 이 신종 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으로 확인됐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코와 비강 또는 목 윗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흔한 바이러스다.

17년 전인 2003년 사스의 악몽이 선연하다. 최초 홍콩발병자로부터 16명의 감염자가 나온 이후 초기 대응을 못해 순식간에 초토화되었다. 그때 우리나라도 많은 희생을 감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환자가 지난 24일 1천명을 돌파한 데 이어 27일까지 4천500명을 넘으며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펑즈젠(馮子健)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부주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증가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이 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염능력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상응한다면서 “평균적으로 환자 1명이 2-3명을 전염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스 때는 첫 발병이 11월 중순이었고 이듬해 4월18일 환자가 1천800명이었다. 반면 신종 코로나는 지난해 12월8일에 첫 환자가 나왔고 40여일 뒤인 이달 22일 571명에 이르렀으며 500명이 더 늘어나는 데는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 24일 1천명을 돌파한 지 이틀 뒤인 지난 26일에는 2천명을 넘어섰고 27일 하루에만 새로운 확진자가 1천700명을 초과했다.

우리 정부는 ‘우한폐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민간의 소비와 투자, 수출 등 주요 부문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반등 모멘텀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중동지역 정정불안과 관련된 불확실성에 우한 폐렴 사태까지 겹치면서 정부가 제시한 올해 2.4%의 성장률 목표 달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만 환자 186명과 사망자 38명이 발생한 메르스 사태 때는 외국인 국내 방문자 규모가 2015년 5월 133만명에서 6월 75만명으로 급감했다. 메르스 충격이 가해진 2015년 2분기 성장률은 0.4%에 그쳤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추산에 따르면 메르스의 영향으로 2015년 한국 GDP는 0.2%포인트 감소했으며, 외국인 관광객은 200만명 넘게 감소하면서 여행업은 26억달러 손실을 봤다.

전염병은 국가 간 교류와 무역을 방해하기 때문에 확산 여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결정적이다. 우리 정부가 긴장하는 이유다.

우한은 현재 봉쇄령까지 내려졌지만 이미 500만명 이상이 중국 각지는 물론 세계로 빠져나갔다고 한다. 이 중 6천430명이 한국으로 이동했다는 빅데이터 분석도 있다. 연일 급증하는 환자 추세를 보면 이런 감염자 숫자 자체는 큰 의미도 없을 정도의 비상상황이다.

국내 감염병 위기경보가 ‘경계’로 격상된 것은 지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했을 때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 사태 때 수백 명이 감염됐고, 수십 명이 사망했을 때도 감염병 위기경보를 ‘주의’단계로 유지했지만, 이번에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경계’로 격상했다. 그만큼 사태가 엄중하다는 의미다.

우리는 유럽을 초토화한 쥐에서 전이된 페스트균으로 알려진 흑사병 등 바이러스 감염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공포인가를 역사를 통해서 익히 알고 있다. 조기에 격리와 차단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빛의 속도로 전파될 수 있으며 지구촌의 대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짧은 RNA에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끊임없이 진화한다.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에 해당하는 미물인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생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친 결과다.

2002-2003년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스는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향 고양이로 옮겨진 뒤 이 사향 고양이를 통해 다시 사람에게 전파됐다. 2015년 국내에서 큰 피해를 냈던 메르스는 박쥐가 갖고 있던 바이러스가 낙타로, 다시 인간으로 옮겨온 것으로 추정된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과일박쥐가 숙주로 알려졌다. 서아프리카 주민들은 과일박쥐를 직접 먹거나 다른 야생 동물을 잡아먹는 바람에 에볼라에 감염됐다.

인간의 탐욕과 탐식이 새로운 바이러스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각성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 현 상황은 재앙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미룬 것은 매우 유감이다. 시간과의 싸움인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시급한 국제적 방역 공조 시스템이 가동되길 바란다.

대통령이 얘기했듯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과잉 대응이라는 비난을 받더라도 치밀한 검역과 치료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확진자들의 국내 동선 등에 대한 각종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증상이 있을 때는 병원에 가기 전에 전화로 지침을 받는 등 매뉴얼을 이행하고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협조를 해야 한다. 지혜를 발휘해 대한민국의 피해가 가장 적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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