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3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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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과 건강식품의 차이
강용
학사농장 대표

  • 입력날짜 : 2020. 02.18. 18:40
2003년 774명의 사망자를 기록한 중국의 ‘사스(SARS)’가 가장 심하게 창궐 하던 때 약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국에 가야 했다. 연일 언론에서 사스의 공포를 조명하고, 중국에서 외국인들의 탈출 행렬이 끊이지 않는 모습들을 접하면서 사실 매우 두려웠다. 그런데 마스크와 소독제 등으로 중무장을 하고 두려움을 넘어 공포스러운 마음으로 도착한 베이징 공항은 너무나 평온했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마스크를 한 사람은 거의 나밖에 없는 듯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나도 마스크를 벗었다. 그 많은 사람들의 행동이나 의견을 기준으로 나를 판단하는 ‘사회적 증거(Social Proof) 현상’을 따라하는 ‘다수의 무지’의 함정에 빠진 것이라는 것은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아무런 두려움 없이 약 일주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공항에서부터 다시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일주일 정도 외진 곳에서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로 줄이는 자율격리 후에야 다시 복귀를 했던 기억이 난다.

‘사스’는 2002년 처음 광동성에서 발생해서 당시에 ‘광동 괴질’이라고 불렸다. 지금 코로나19처럼 심각한 수준으로 전염이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에서는 쉬쉬하며 공개를 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SNS나 네트워크가 발달하지 않아서 신문이나 방송이 언론의 전부라고 할 수 있었다. 2003년 1월에 외국 언론들이 보도가 시작되고 사망자들이 속출하자 어쩔 수없이 2003년 4월21일에야 중국정부는 공식적으로 인정 한 것으로 기억 된다. 지금의 우한폐렴과 거의 비슷한 과정으로 데쟈뷰되는 것이 참 안타깝다. 아무튼 중국 정부 발표 후 중국 현지에서는 농민공들의 귀향이 줄을 잇고, 일부 외교관이나 주재원 특파원들을 제외하고 외국인들이 탈출하는 액소더스 행렬이 이어졌고, 한 달 정도 자가격리 때문인지 우리국민 일부는 호주나 뉴질랜드로 피난하기도 했었다.

당시에 베이징에 남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재원은 한국의 상징적 음식인 김치를 먹고 힘내자며 주변의 한국 외교관이나 특파원들에게 김치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우리는 김치를 자주 먹어서 사스에 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농담 섞인 말과 함께 나누기 시작한 것이다.

그 주재원은 며칠 뒤 베이징의 대형마트에서 사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500g짜리 김치를 나눠주는 행사를 시작했다. 나눠준 것이 김치여서였든 무료여서였든 그것을 받기 위해 중국 소비자들이 매우 길게 줄을 섰으며, 그렇게 긴 줄을 서는 것 자체가 뉴스 꺼리였고, 중국 현지의 모습과 사스와 김치가 우리나라의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극소수의 감염자가 있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그런 한국 언론과 현지에서 벌어진 김치행사의 영향으로 얼마 뒤 중국의 주류 언론사에서 한국의 김치와 한국 사람들과의 관계라는 한국인들의 김치사랑을 다룬 사설이 1면을 장식했고, 뒤이어 일본 아사히신문이나 LA타임즈 등 세계적인 언론들이 예방식품과 치유식품으로 김치에 대한 기사를 싣기 시작했다. 과학적으로 분석된 김치의 예방과 치유의 효능이 지속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요구르트나 올리브오일들만의 자리라고 생각되던 ‘세계5대 건강식품’의 자리에 김치가 당당히 입성하였다.

의도하지 않았을지라도 당시의 언론과 숨은 영웅들에 의해 우리에겐 흔하디 흔한 ‘반찬’일 뿐이던 김치는 다른 나라에서는 ‘건강식품’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건강식품인 김치가 작년 한해 30만t이 넘게 수입되었고 반면에 수출은 1/10에도 미치지 않는 2만9626t이다. 우리는 반찬으로 먹었지만 건강식품이었던 김치가, 단순히 반찬으로 저렴하게 수입돼 외식시장의 80% 정도를 장악했고 가정 식탁가지 넘보고 있다. 비슷한 인삼일지라도 고려인삼이 효능효과에서 세계적인 것처럼, 우리 땅에서 자란 농산물이 꼭 좋다는 것을 떠나서라도 가장 저렴하게 ‘건강식품’으로 매일 먹을 수 있던 김치가, 단순히 저렴한 것만이 무기인 ‘수입 반찬’으로만 식탁에 오르내리는 것이 참 안타깝다. 반찬값만으로 건강식품을 선택하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농촌과 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일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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