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9일(일요일)
홈 >> 오피니언 > 시론

한국정치도 한국문화만큼만
김희준
법무법인 LKB&Partners 대표변호사
前 광주지검 차장검사

  • 입력날짜 : 2020. 02.20. 18:23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우리나라 100년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이정표를 남겼다. 그동안 아카데미 역사상 비영어권 영화가 최고 작품상을 수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작년에는 이미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다. 지금까지 이 두 개의 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은 1955년 미국의 ‘마티(MARTY)’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기생충은 아카데미상 수상에 힘입어 해외에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주말 기준으로 전 세계 티켓판매 수입은 2억736만달러(약 2천461억원)로 순제작비 135억원의 18배에 이른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와 사이가 극도로 좋지 않은 일본에서도 개봉 6주만에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일본 문화계는 연일 부러움과 반성이 뒤섞인 논평을 내놓고 있다. 지난 16일 후지TV의 인기 토크쇼 ‘와이드 나 쇼(Wide na Show)’에 출연한 영화평론가 아리무라 곤은 “인구 5천만명의 한국은 K-팝처럼 해외로 시장을 넓혀 엄청난 수익을 만들었다. 일본은 1억3천만명의 내수시장이 있으니까 ‘갈라파고스화’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마이니치 신문도 사설에서 “최근 들어 사회 문제를 파고드는 영화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지만, 애니메이션과 디즈니 작품이 흥행하는 일본에선 사회성 높은 작품의 상업적 성공을 좀처럼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각성을 촉구했다. 이처럼 한국영화는 강한 창조성과 진취력, 우리만의 색깔로서 전 세계에서 우뚝섰다.

뿐만 아니다. 케이팝도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이 아시아 가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했다. 최근에는 빌보드 ‘소셜 50’에 165번 1위를 해 최장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기생충·BTS의 전 세계적 흥행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자부심을 우리에게 심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여자골프는 어떤가? LPGA가 KLPGA의 미국리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여성선수들이 세계 골프계를 휩쓸고 있다. 한국선수와 나머지 국가 선수들의 대결양상처럼 비추어질 정도 한국선수들은 상위랭커를 거의 장악하면서 많은 우승을 일구어 내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문화와 스포츠는 세계적이고 가장 우수하다.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관왕은 이러한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준 감격스러운 쾌거였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나라 정치는 어떠한가? 과연 한국문화처럼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러움이 없을 만큼 자랑스러운가? 한국의 정치가 한국의 문화만큼 세계적인가? 그렇지 못하다면 그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이번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관왕 수상을 보면서 들었던 의문들이다. 지금 우리 정치는 극심한 대립과 반목으로 상대방을 대화의 상대가 아니라, 타도의 대상의 여기면서 사실상 내전상태를 연출하고 있다. 이는 비단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그들을 극렬하게 지지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진영논리의 늪에 빠져 우리 편이면 아무리 잘못했더라도 무조건 지지하고 강변한다. 진영내부에서 반대목소리를 내면 배신자로 간주한다. 같은 진영 내에서 다양한 목소리는 존재하기 어렵다. 그저 철저한 대동단결만이 필요할 뿐이다.

이러한 상태가 앞으로도 계속됐을 경우 대한민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그저 우리 진영을 위한 목소리만 열심히 높이면 나라는 안정되고 세계적인 흐름에 뒤쳐지지 않고 발전해 나갈까? 우리 편인지 아닌지에 따라 적용기준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 그때는 안 되는 것이 지금은 괜챦은 이유가 그때는 상대방이었고 지금은 우리 편이기 때문이라면 그것은 정의롭고 공정한 것일까? 진정으로 우리 편을 생각한다면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야 하는 것 아닐까? 그것이 우리 편을 보다 오랫동안 존속시키고 확장시키는 유일한 길이지 않을까?

이제 총선이 두 달 남짓 남았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들이 정치를 심판할 수 있는 것은 선거에서의 투표가 유일하다. 진영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투표권을 올바르고 정당하게 행사해야 하는 핵심 이유이다. 국회의원을 벼슬자리가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의 공복으로 활동할 생각이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선거철에만 고개를 숙이고 당선되면 마치 완장이라도 찬 것처럼 거들먹거리는 사람은 배제해야 한다. 우리 편이라도 잘못하면 따끔하게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우리헌법 제1조 제2항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한국정치도 한국문화처럼 세계적으로 만들어 보자. 그것은 바로 우리 손에 달려있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