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1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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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로그 해법으로 이겨내는 길
박성수
미래남도연구원장·전남대 명예교수

  • 입력날짜 : 2020. 03.26. 18:36
여느 때 같으면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와서 즐거울 텐데 도무지 봄 같지 않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더니 정말 봄이 봄이 아니다. 날마다 출근하면서 접하는 푸르러 오는 나무들을 보면서도 기분이 우울해진다. 요즈음은 정말 하루하루가 힘겹다. 연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텔레비전의 빨간 자막보기가 두렵다. 숫자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고 있자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 힘든 터널을 언제 빠져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생업을 포기하다시피 살아가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보며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넬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저 서로를 쳐다보며 이심전심으로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자위하고 만다.

잘 알다시피 사람이 만물의 영장인 것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혼자 아닌 둘 이상의 사람들이 협력할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 바로 우리 인간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만든 협동시스템인 조직 안에서 인간관계를 통하여 상부상조하면서 살아왔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스킨쉽을 즐겨 하면서 지내 왔다. 그런데 말이다. 요즈음 코로나 예방을 위해 2m 정도 떨어져 지내라고 하니 얼마나 힘든 일인가. 이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는 우리들의 끈끈한 네트워크를 마비시켜 심리적 경제적인 고통까지 주면서 힘들게 하고 있다. 친구 몇 명 모이는 모임까지도 연달아 취소되고 보니 지역상권이 초토화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오프라인에서의 이루어지는 만남은 무너지고 대신 온라인에서 커뮤니케이션이 대세가 됐다. 게다가 디지털의 편리함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이제 아날로그의 불편함은 아예 감수하려 들지 않는다.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가 일부 직장에서만 채택되어 시행되고 있었는데, 이제는 코로나를 피하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권장되고 있어 더욱 아날로그적인 감성 회복은 어려워지고 있다. 갈수록 삭막해지고 인간미가 사라지고 있기에 참으로 따뜻한 정이 그리워지는 나날이다. 이럴 때일수록 할 수 있는 한 우리는 아날로그 감성을 살려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그래서 오래전 학창시절 은사님들께 편지를 드리는 일, 좀 더 신경을 쓴다면 손편지를 드리는 일부터 시작을 했다. 우선 중학 시절 담임선생님께 또박또박 눌러 쓴 편지를 우체국까지 걸어가서 부치고 왔다. 그랬더니 무거웠고 힘들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아울러 친구들 간에 쉽게 보내는 문자를 사양하고 대신 전화를 걸어 따뜻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리고 한두 사람 정도는 불러내 짜장면이나 비빔밥 한 그릇 나눔을 실천했다. 그랬더니 의외로 적지 않은 친구들이 차마 말을 하지 못해서 그렇지 다들 즐거워하며 수다 떨기를 좋아했다.

문득 정호승 시인이 ‘인생은 여행이다’라는 동영상 강의에서 소개하던 한 구절이 생각났다. 헨리 나우웬(Henri Nouwen)의 ‘탕자의 귀환’에서 인용한 대목은 “관계가 힘이 들 때 사랑을 생각하라”였다. 요즘처럼 힘들고 어려울 때 미움을 버리고 조건 없는 사랑을 하자고 하는 메시지가 참으로 와 닿았다.

이번의 기회가 섭섭했던 인간관계를 무조건 사랑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예전의 평상심을 회복하면서 서로를 챙겨 주는 아날로그적인 미덕을 발휘해 보자. 우리가 모두 하나 되어 이 힘든 고비를 넘기고 나면 의외로 얻어 내는 소득, 이른바 세렌디피티(serendipity)도 적지 않을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득템이 될 수 있는 사례가 코로나로 바뀐 대학교육의 현장에서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종전의 강의실 위주의 교육을 벗어나 온라인 강의 대체 붐이 조성될 것이기에 ‘MOOC’가 성숙단계에 와있는 선진국의 대학처럼 미래의 교육방식이 혁신되는 계기를 서둘러 맞게 될 것이다.

우리의 인간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될 것이며, 디지털 못지않게 아날로그가 중요함도 절실하게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로그 어프로치로 심리적 안정을 취해 이 난국을 이겨내는 길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해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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