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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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진정한 영웅은 누구인가?
박종열
함평경찰서장

  • 입력날짜 : 2020. 04.07. 19:24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기가 무섭게 ‘코로나19’가 지구촌 전역에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각국이 전시에 준하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경통제, 공공시설 폐쇄 등 강경한 조치를 내놓으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창궐하는 역병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급기야 올 7월에 열릴 예정이던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된 가운데, 전 세계 누적확진자수는 120만명, 사망자수는 6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을 휩쓴 패닉은 미국을 돌아 이제 이웃 일본까지 출몰하는 모양새다. 대재앙을 종식할 유일한 희망인 백신 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고 보면, 현재로선 스스로 예방하고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 외에 별 도리가 없어 보인다. 지난 3월 공포와 혼란을 겪었던 대한민국은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의 각고의 노력과 의료진들의 헌신이 마중물이 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국민들이 솔선하여 참여한 덕에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으나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전 세계가 사상 초유의 동시다발적 위기로 공포에 떨고 있다. 바깥출입마저 자유롭지 못한 감염병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까뮈의 장편소설 ‘페스트’가 최근에 서점가에서 재조명되고 있다고 한다. ‘페스트’는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절망·회피·무력감 등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사라졌다고 여겼던 흑사병이 1940년대 알제리(프랑스령)의 해안도시 오랑을 덮치면서 10개월 동안 사람들이 겪는 사투를 그려냈다. 소설속의 극단적 상황들은 흡사 ‘코로나19’와 맞서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과 많이 겹쳐 보인다.

극심한 경제 위축, 사재기, 종교와의 갈등, 가짜뉴스 등 최근 뉴스에 오르내리는 이야기들이 소설 속에 그대로 담겨있다. 소설은 운명에 굴하지 않고 페스트와 맞서 싸운 주인공 의사 리외와 그의 동지들이 결국 시민들을 죽음으로부터 해방시키면서 끝을 맺는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되어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강한 연대의식과 휴머니즘만이 역병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소설이 안겨주는 진정한 감동은 절망 속에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인간의 숭고하고 아름다운 연대의 모습이다.

지난 달 국내에서 벌어졌던 혼돈의 상황에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구로 달려간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 선뜻 환자들을 위해 병상을 내놓았던 지자체들의 온정은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큰 울림을 줬다. 의료진과 병상이 모자란다는 소식에 전남도와 광주시는 앞서 대구지역 환자들을 받아들여 치료했고, 완치되어 돌아간 대구지역 환자들이 잇따라 감사의 마음을 전해오고 있다. 3월7일 광주 전남대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은 뒤 최근 완치돼 대구로 돌아간 30세 여성이 전남대병원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아이까지 코로나 확진을 받고 병상이 없어 며칠을 기다리며 불안해하고 있을 때, 광주에서 저희 모녀를 받아주시겠다는 연락에 주저없이 내달려 왔습니다. 대구에서 광주로 온 첫날 너무 막막하고 불안해서 화장실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부터 의료를 뛰어넘는 배려와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제게는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이 여성은 자신의 아이를 광주의 의료진처럼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건강한 사람으로 키우겠다는 다짐과 함께, 머잖아 코로나가 종식되면 광주를 꼭 찾겠노라며 글을 맺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상생활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소설 ‘페스트’속 주인공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이웃과 연대해서 자신이 맡은 책임과 일 속에서, 슬기롭게 힘을 합쳐 작금의 국가적 재난을 극복해 나가야만 한다. 소설에서는 페스트를 극복하는 데 해가 바뀌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극복의 힘은 결코 시간이 아니라고 작가 카뮈는 역설했다. 긴 암흑기를 견뎌내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릴 것이다. 흑사병 이후 유럽은 위생 관념이 크게 높아졌고 인쇄술 같은 신기술도 속속 등장했다. ‘페스트’의 주인공 리외의 독백은 작금의 우리에게 자못 큰 울림을 준다. “시간이 지나고 그들은 반성할 거고, 또 나도 반성할 겁니다. 하지만 가장 급한 일은 손 내미는 이웃들의 손을 잡아주는 겁니다.” 우리에게는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너나 할 것 없이 하나로 뭉치는 위기극복의 자산이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코로나19’의 퇴치를 위해 병원과 격리시설에서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 이기심보다 이타심을 가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실천해나가는 사람들이야 말로 우리의 희망이며 진정한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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