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6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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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그녀를 ‘영웅’이라 부른다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20. 04.08. 19:10
살아생전 겪어보지 못한 참으로 당황스런 하루하루다. 답답함과 우울감을 넘어 인간의 한계를 여실히 느낀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손과 발이 묶였다. 미국의 확진자는 40만명을 넘어섰다. 프랑스도 코로나19 사망자가 1만명 넘었다. 일본도 매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공장의 27%가 가동을 중단했다. 거의 모든 나라가 국민들의 외출을 금지하고 있다.

이 정도면 전쟁 이상이다. 참혹하다. 사람간의 전쟁은 보이는 적에게 총질을 해댈 수 있지만 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보이지도 않고 짐작할 수도 없어서 불안이 증폭된다.

전쟁에는 꼭 영웅이 탄생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코로나19 사태를 분석하며 각국 보건당국 책임자들의 역할을 조명했는데, 특히 한국 사례를 이야기하면서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진짜 영웅’으로 소개했다. 리더십 전문가 샘 워커의 연재칼럼을 통해 “코로나 바이스가 전 세계에 확산하면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자존심 강하고 정치 계산적인 지도자보다는 전문 관료가 영웅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사람도 대통령을 비롯한 선출직 지도자가 아닌 전문성으로 무장한 핵심 당국자라고 덧붙였다. 동의한다.

WSJ는 정 본부장의 사례를 소개하는 데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고 ‘정본부장의 일관되고 솔직한 언급, 정보에 근거한 분석, 인내심 있는 침착함은 대중에게 강력하다’며 ‘고조된 위기 국면에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정 본부장을 신뢰하게 되며 그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는다’는 평가를 담았다.

광주 출신으로 전남여고, 서울대학교의대를 나온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전사’나 ‘영웅’ 칭호를 받을만하다. 적극적인 검사 프로그램과 엄격한 폐쇄 조처로 완치자 수가 신규 확진자 수를 넘어선 나라 대한민국을 세계가 주목하면서 그 중심에 정은경을 주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대응 모범국인 한국을 향해 도움을 요청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세계보건총회에서 아시아 대표로 발언을 해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미국 인기 토크쇼인 ‘데일리쇼’에 나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세계적 미래의학자 에릭 토폴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유전학 교수도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을 전망하면서 한국을 ‘주목할 만한 모델국가’로 지목했다.

한국은 국경을 봉쇄하지 않은 채 첫 환자가 나온 이후 지금까지 76일 동안 환자 추적·관리 시스템을 가동한 유일한 나라다. 정부의 초기 대응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지만 국내 의료기관의 감염 관리 수준이 높아졌다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진정한 리더십은 위기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블룸버그’도 정본부장을 ‘진짜 영웅’, ‘바이러스 사냥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1월20일 첫 브리핑 때 입었던 깔끔한 외투는 오래 전에 사라졌고, 낡은 의료용 외투로 대체됐다’ ‘점점 더 정돈되지 않고, 희끗희끗해지는 머리는 손질을 중단한 것이 분명하다’ ‘뉴스에 따르면 그는 잠을 거의 자지 않고, 퇴근도 하지 않고 있다’ 자신의 안녕보다 대중을 보호하는 데 헌신하고 있는 지도자보다 신뢰가는 지도자가 또 있을까.

우리 국민은 대구의 신천지로 인해 확진자가 급증할때도 일관된 논리, 정확한 정보 분석, 침착한 대처 자세를 보여주자 정부의 대처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쿠오모 뉴욕 주지사의 리더십도 화제다. 쿠오모 뉴욕 주지사 역시 가감없는 정확한 상황 설명, 역할과 할 일의 부여, 정서적 공감 통한 용기있는 전파로 쿠오모리더십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정확한 설명’이란, 사실관계에 대해 찬찬히, 낱낱이, 호들갑스럽지 않으면서도 차갑지 않은 차분한 태도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투명하고 차분한 커뮤니케이션이다.

리더는 우왕좌왕하지 않고, 우리가 가야할 방향을 명확히 지시해줄 수 있어야 한다. 4·15총선을 앞두고 많은 출마자들이 정은경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녀의 이미지만을 차용한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

미래 정치인들이라면 코로나19 이후 비상경제 대책에 대한 실질적이고 신속한 정책변화의지를 가져야 한다. 모든 사회경제정책은 방정식에 따른 단순한 해법으로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정책방향을 정하지 않으면 세계 전문가들 진단처럼 경제가 20년 후퇴할 수도 있다.

우리 경제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난, 중간재 공급난, 근로자 규제정책 등 자본시장, 공급망(supply chain)의 중간재시장, 노동시장 등에서 자유로운 것이 하나도 없다. 이제는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실물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대외경제에 있어서도 글로벌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의 고객이 끊어질 것이다. 실직된 근로자들이 코로나사태이후 돌아갈 곳이 없는 상황도 예상된다.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대위기에도 대한민국식 리더십이 발휘되길 강력히 희망한다. 국민에게 현 위기상황을 잘 설명하고 정부와 국민이 헤쳐나갈 방안을 설득력있는 정책으로 다듬어간다면, 코로나 이후의 우리 경제는 대응하기에 따라 더 효율적이고 비용절감적이면서 국민생산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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