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9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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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길 한번 걸어 보시죠
이경수
본사 전무이사·경영학 박사

  • 입력날짜 : 2020. 05.11. 20:02
올해로 5·18광주민주화운동이 40주년을 맞았다. 올들어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탓에 이번 40주년에는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기념행사는 진행되지 않는다. 여러 기획행사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대중성에 중점을 둔 기념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광주시민들에게 5월은 그냥 넘어가는 일상이 아니다. 광주는 여전히 오월앓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시민들이 5월만 되면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으로 자신도 모르게 금남로 일대를 서성이기도 한다. 실제로 1980년 5·18을 경험한 광주시민들의 절반 이상이 35년이 흘러서도 ‘5월 증후군’을 겪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5년전에 광주트라우마센터가 5·18 행사기간에 1980년 5월을 경험한 시민 15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더니 ‘5·18민주화운동을 생각하면 분노를 느낀다’는 응답이 90%에 육박했다.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의 50.6%가 ‘5월이 되면 불안하고 우울하다’고 했으며 55.6%는 ‘5·18을 생각하면 죄책감이 든다’고 응답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5월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강산이 4번 이상 바뀔 정도로 많은 세월이 흘렀건만 광주의 아픔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사회 곳곳에서는 5·18을 폄훼하는 행태가 자행되고 있다. 이미 법적 제재까지 받은 사안마저 왜곡된 주장이 공공연히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서 떠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이번 5·18 주간에는 혼자서라도 80년 당시 5·18광주민중항쟁 현장을 순례하며 초심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5·18광주민중항쟁은 1980년 5월18일 아침에 시작돼 27일 새벽에 막을 내린 열흘 동안의 역사다. 그 열흘 동안 고립무원의 광주는 두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죽음 앞에서 너와 내가 하나가 된 공동체 의식으로 똘똘 뭉쳤다. 항쟁은 끝났지만, 그 흔적은 길로 연결돼 있다. 80년 오월광주와 함께하는, 바로 ‘오월길’이다. 당시 광주시민들이 군부독재의 총칼 앞에 죽음으로 맞서 싸웠던 역사가 살아있는 길이다.

광주 곳곳이 현장인 ‘오월길’은 오월인권길, 오월민중길, 오월의향길 등으로 이뤄졌다. 그 가운데 오월인권길 중 횃불길은 민주화운동의 시발지인 전남대 정문에서 계엄군의 무력 진압으로 총성이 난무했던 옛 전남도청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해마다 5월이 되면 순례객이 이어지고 있다.

출발지인 전남대 정문은 5·18민주화운동 최초 발원지다. 대학 정문 안으로 들어서면 이곳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시발지임을 알리는 사적비(1호)가 서 있다. 1980년 5월17일 밤 전남대에 들어온 계엄군은 도서관 등에서 공부하고 있던 학생들을 이유없이 구타하고 불법 구금했다. 계엄군은 18일 아침 학교에 등교한 학생들까지 정문 앞에서 무자비하게 강제해산시켰다. 이에 학생들이 항의하면서 항쟁의 불씨가 됐다.

전남대 정문에서 800여m를 걸으면 광주역이 나온다. 당시 광주시민과 계엄군 사이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20일 밤 광주역에 주둔해 있던 계엄군이 비무장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쏴 다수의 사상자가 나왔고 21일 아침 주검 2구가 발견됐다. 전남도청 앞 광장으로 주검을 옮겨오자 이 소식을 들은 시민 수십 만 명이 민주화운동에 적극 동참하면서 항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이제 금남로를 향해 발길을 옮겨보자. 최후의 결사항전지였던 옛 전남도청 자리가 최종 목적지다. 이 곳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항쟁본부가 있었다. 시민·학생수습위원회가 활동했으며, 시민공동체의 중심이었다. 또한 이곳은 5월27일 새벽 계엄군의 무력진압에 맞서 싸운 시민군의 최후 결사항전지로, 마지막 항쟁에서 수많은 시민군들이 산화했다.

근처의 5·18민주광장이나 광주YMCA, 옛 상무관, 금남로 등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역사의 현장이다.

이렇게 오월길을 걷다보면 자연스레 80년 5월 그날의 참뜻이 되새겨 질 것이다. 민주·인권·평화의 오월정신을 탄생시킨 광주의 자존심과 자부심도 되찾게 된다. 더욱이 아직도 우리 가슴엔 5월 그날, 민중이 하나 됐던 대동세상의 환희가 벅차게 뛰게 될 것이다.

현장에서 확인하는 역사에는 힘이 있다. 사실이기 때문이다. 5·18을 과거로 묻어 버리려는 반민주주의 세력이 여전히 활개를 치지만 진실의 빛은 결코 어둠에 갇히지 않는다.

오월길을 걸으면서, 4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광주의 5·18정신이 대한민국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잡는 그날을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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