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4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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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영록 전남지사 “상급 의료서비스 위해 타 지역 가는 현실 바꿔야”
전남 기대수명 최하위 1인당 의료비는 가장 많아
年 80만명 타 시·도서 치료받아 1조3천억원 유출
지역 의료계도 열악한 전남 의료상황 충분히 이해
도민·지역 국회의원·22개 시·군과 역량 결집할 것
276개 유인도서 중 의사 없는 섬 164개 달해 고통
의과대학 신설해 지역 맞춤형 의사 양성해야 해소

  • 입력날짜 : 2020. 09.20. 19:31
지난 7월 정부·여당이 의과대학이 없는 곳에 의대 신설을 추진키로 하면서 전남도민의 30년 숙원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의료계의 집단휴업 이후 정부·여당이 의사협회와 원점 재논의키로 합의하면서 전남권 의과대학 신설은 또 다시 무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남권 의과대학 신설을 핵심 도정 과제로 추진해온 김영록 전남지사로부터 전남도의 입장과 향후 대응 방향 등을 들어본다.

▲정부 여당과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4일 정책협약 합의를 통해 의과대학 신설을 원점 재논의하기로 했다. 전남도민의 숙원이 또 다시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남도의 입장은.

-‘전남도 의과대학 신설’은 30여 년 전부터 정부에 꾸준히 건의해 온 전남도민의 염원이다. 지난 7월 23일 정부·여당이 의과대학이 없는 곳에 의대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청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최근 정부·여당과 의료계가 원점 재논의를 합의, 전남 의대 신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도민들의 걱정이 많다.

이번 합의는 의료계와의 소통이 부족해 재논의한다는 것이지, 전남 의과대학 신설이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아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과 ‘의과대학이 없는 곳에 의과대학 신설 추진’은 별개 문제다. 전체적인 방향은 비슷하겠지만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이 공공의료 확대가 목적인 반면, ‘의과대학이 없는 곳에 의과대학 신설’은 공공의료 확대와 함께 국정과제인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의료 불균형 해소의 의미도 크다.

의과대학 신설은 전남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고려하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공공의료와 의과대학의 필요성을 절실히 실감하고 있다. 지역 의료계도 공감하고 있다. 전남도는 흔들림 없이 의과대학 신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남지역 의료 환경은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가.

-전남은 전국 최초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2014년)하는 등 의료 수요가 많은 데 반해, 의료 인력을 양성할 의과대학이 없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기 매우 힘들다.

전남의 기대수명은 80.7세로 전국 최하위다. 반면, 1인당 의료비는 218만6천원으로 전국 1위다. 최저인 경기(142만3천원)보다 1.5배나 많다. 광역지자체 중 의과대학이 없는 곳은 전남이 유일하다.

응급환자 치료가 어려워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을 응급환자 전원율이라고 하는데 전남은 전국 평균 1.6%의 2배에 육박하는 3.1%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중증 환자를 치료할 시설이 없어 중증 환자 23명 중 16명이 타 시·도에서 치료를 받았다. 연간 80만명이 의료서비스 이용을 위해 타 시·도로 가고 있다. 연간 유출 비용만 1조3천억원에 달한다.

의료서비스 이용액 뿐만 아니라 교통비와 체류비, 이용에 걸리는 시간까지 생각한다면 이중·삼중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전남엔 뇌혈관 전문의와 소아외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으며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도 10만명 당 1.4명으로 전국 최저다. 276개 유인도서 중 의사가 없는 섬이 164개에 이른다.

결국 열악한 의료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의료인력·시설 확충이다. 의사를 양성할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이 필요하다. 전남은 정주 여건이 좋지 않아 의사가 부족하다. 농어촌으로 갈수록 의사가 적어지는 이유다. 이 때문에 전남 지역에서 자란 인재들을 지역 의사로 키우고 지역에서 꾸준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의과대학을 만들고 그 안에서 지역 맞춤형 의사를 양성할 수 있다면 지역 의료서비스는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최근 실국장 정책회의에서 ‘전남 의과대학 설립과 관련, 의료계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좋은 기회를 만들자’고 언급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의료계 집단휴진 과정에서 대화와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정책회의에서 지역 의료계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좋은 기회를 만들자고 언급한 것도 의과대학 신설에 있어 지역 의료계와 적극적으로 대화와 소통을 추진하자는 의미였다.

실제 지역 의료계와 만나 전남의 어려움을 설명하면 ‘전남 의대 신설’의 필요성에 대부분 공감한다. 도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전공의들도 국가 전체적인 정원 확대에는 반대하지만 전남의 의대 신설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료계도 전남의 열악한 의료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의과대학을 새로 만드는데 의료계와의 협의는 필수적이다. 의과대학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역 의료계도 전문가로서 많은 조언을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전남도가 더 노력하겠다. 의료계도 많은 협조를 부탁드린다.

▲전남지역 의과대학 신설을 위해 의료계를 설득할 복안은 있나.

-열악한 의료 환경과 의과대학 설립 필요성을 적극 주장하면서 의료계를 설득하겠다. 지난 7월 23일 정부·여당이 발표한 ‘의과대학 신설’ 없이 ‘의대 정원 확대’만 추진될 경우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은 더 소외된다. 의과대학 정원이 확대된 만큼 타 시·도와의 격차가 커지는 것이다.

전남 농어촌 병원은 전문의사는 물론 일반의사도 없어 병원 운영 중단 위기에 놓인 경우가 많다. 정주 여건 등 근무 여건이 좋은 수도권으로 인력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병원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이들이 지역에 남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의과대학을 설립하고 지역 인재들을 의사로 양성해야 한다.

실제 일본에서 지역 의과대학 별로 지역 전형을 도입한 결과, 졸업자의 68.3%가 지역에 정착해 의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에 꼭 필요한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료계가 우려하는 의료인력 공급 초과로 인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전남에 의과대학이 설립된다면 지방분권 차원에서 지역민의 의료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의료자치’가 실현될 것이다. 코로나19 중증환자를 타 시·도로 보내지 않아도 되고 한해 1조3천억원의 의료비가 유출되지 않아도 된다. 도민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지향점은 의료계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 전남도는 의료계와 함께 위기를 잘 헤쳐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지역 의료계와 함께 소통하고 협력해 의과대학 설립을 잘 추진토록 하겠다.

▲향후 의정협의체에서 의과대학 신설 문제를 논의하게 되면 결국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대응책은.

-9월 4일 당·정-의료계의 합의에 따라 의정협의체가 마련되고 의대정원 확대 등의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의정협의체 논의 과정에서 ‘전남 의과대학’이 신설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에 적극 건의하겠다.

의과대학 신설에 대해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정치권에 건의해왔다. 전남의 열악한 현실과 함께 30년 넘게 이어진 도민의 소원, 염원까지 고려한다면 정치권도 ‘전남 의과대학’을 신설하는데 적극 노력해줄 것으로 믿는다. 의과대학 신설은 더불어민주당 제21대 총선 공약이기도 하다.

전남도는 의과대학 신설을 위해 지역 국회의원을 비롯, 22개 시·군과 함께 전체 역량을 결집하겠다. 의과대학 신설 필요성과 당위성은 물론, 전남도민의 의지·열정까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도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지난 7월 당정 발표 이후 도민들이 보여준 반응은 정말 뜨거웠다. 시골 곳곳에서부터 도심까지 거리마다 환영 플래카드가 걸리고 수십 곳의 사회단체와 민간단체가 잇따라 환영 성명을 냈다.

전남 서부권에서는 100만 서명운동에 돌입했고, 동부권에서도 ‘의과대학 유치 챌린지’ 릴레이 캠페인을 펼치고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유치 활동에 나섰다. 경쟁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그동안의 소외와 열악한 의료 환경을 벗어나고 싶은 간절한 염원이 분출된 것이라 생각한다.

반드시 의과대학을 신설해 도민의 염원을 이뤄내겠다. 도민 누구나 지역과 상관없이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

특히 의과대학 신설 혜택이 도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정원 100명 이상을 확보해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 모두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이 설립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도민들도 지금까지 전남도 의대 신설이라는 간절한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힘을 모아준 것처럼 의대 신설이 마무리될 때까지 계속 큰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기 바란다.

/김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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