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4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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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나 앞장 박헌택 영무토건 대표…문화향기 넘실대는 광주 꿈꾼다
지역에서 발현된 예술 접목 ‘도시재생 실험’ 침체된 지역 사회 활력
시민문화공간 ‘김냇과’ ‘김냇과2’, 희망·상생 전파하는 행복메시지

  • 입력날짜 : 2020. 10.13. 20:18
박헌택 영무토건 대표는 예술 애호가로 광주지역 문화계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박 대표는 지역 내 시민 향유 문화공간을 만드는 가 하면, 작가들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매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박헌택 대표가 대인동 김냇과에서 전시 중인 강운 작가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등 르네상스가 배출한 대가들이 오롯이 작업에만 열중할 수 있었던 원동력, 바로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家)’ 덕분이었다. 무역을 통해 경제적으로 큰 부를 이뤘던 메디치 가는 예술인들에게 적극적으로 후원하면서, 이탈리아가 당대 유럽 예술의 정점에 이르는 데 큰 힘이 됐다. 메디치 가의 이러한 후원 활동은 중세 ‘메세나 운동’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메세나’(Mecenat)란 기업들이 문화예술에 적극 지원함으로써 사회 공헌과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모든 활동을 뜻한다. ‘코로나19’로 침체돼 있는 광주문화계에도 메세나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오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박헌택 영무토건 대표다. 2017년 광주 동구 대인동에 문화공간인 ‘김냇과’를 열어 전시장, 도서관, 카페 등의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가 하면, 지역 작가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박 대표를 만나 문화 메세나 운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박 대표님께서는 직접 작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작품을 소장하며, 때로는 전시 해설도 직접 도맡아 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 이처럼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지.

-7-8년 전부터 지역 작가를 시작으로 서울지역 옥션까지 관심을 갖게 돼 다양한 범주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문화에 대한 관심은 사실 ‘영무예다음’이라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대한 복안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파트를 짓고 분양을 하는 회사로서, 타사처럼 대부분 탤런트를 내세운 천편일률적인 광고를 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짓는 아파트가 문화로 넘실대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광주는 문화예술이 핵심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역 기업인만큼 지역에서 발현된 예술을 접목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지역 작가들을 알아야 했다. 그렇게 지역 작가들과 소통하기 시작하다 보니 지금까지 온 듯 하다.

▲현재 대인동 김냇과에서 개인전을 여는 강운 작가를 위해 1년여간 전폭적인 지원을 한 사실을 듣고 정말 놀랐다. 기업인으로서 지역 작가 한 사람을 위해 창작지원금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텐데, 이처럼 지역 작가를 지원하는 이유가 있을까.

-지역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고, ‘영무예다음’이라는 브랜드를 사랑해준 분들 또한 지역 분들이다. 가족과 회사 뿐 아니라 지역기업인으로서 사회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광주엔 좋은 문화적 자원이 있고, 좋은 작가들이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작가들에게 맞춤형 지원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을 하면서 지역작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이런 영향이 또 후배 작가들한테도 이어지고. 그러면서 기업 또한 함께 발전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우연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영무예다음의 슬로건이 바로 ‘라이프 이즈 아트’(Life is Art)다. ‘일상 속 예술’을 지향하며 수완지구 아파트에 작가 레지던시와 시민 향유 문화공간을 만든 것으로 안다.

-2008년의 일이다. 당시 광주에선 처음으로 아파트 안에 문화공간을 만들었다. 작가들이 직접 무료로 작업 공간을 사용하고 시민들은 이들과 소통하며 자유롭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했다. 입주민들이 직접 일상 공간 안에서 예술을 느끼고 배우게 하는, 나비효과를 기대하고 만든 것이다. 내 생활공간 안에 있으면 경험과 체험이 아무래도 자연스럽지 않겠나. 때때로 관심이 있는 작가와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이 아파트에서 피카소 같은 세계적인 작가나, 메세나 운동을 하는 기업인이 나올 지도 모를 일이다.

▲아파트 레지던시라니, 문화 관련 종사자들이나 관계자들은 환영했겠다. 다만 주민들에게는 여러 의견이 분분했을 듯 하다.

-첫 시도이다 보니 에피소드도 굉장히 많다. 초기에 5명의 작가가 이 공간을 사용했는데, 도예 작가가 전기가마를 이곳에서 사용하는 바람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관리비가 나와버렸다. 이에 입주민회의에서 반발하고 나서, 결국 이 전깃세를 회사에서 부담하면서 일단락 됐다. 그땐 그랬지만 8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이 공간은 아직도 운영 중이다.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열어 주민과 작가들이 소통하기 시작한 것. 오랜 시행착오 끝에 좋은 사례로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형식의 레지던시는 오는 11월부터 입주하는 대구의 아파트에도 적용된다. 대구에서도 첫 사례다. 이곳은 기획자가 직접 도맡아 운영한다.

박헌택 영무토건 대표가 2017년 광주 동구 대인동의 옛 병원 건물을 개조해 지은 복합문화공간 김냇과(上)와 곧 오픈을 앞두고 있는 서구 양동 김냇과2(下). 김냇과2는 손봉채 작가와 신호윤 작가가 향후 3년간 자신의 작업을 펼치는 곳으로 사용하게 된다.

▲2017년 본격적으로 대인동에 ‘김냇과’를 열면서 지역 작가와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을 열었다. 최근에는 서구 양동에 ‘김냇과2’가 한창 공사 중이다. 두 공간은 어떻게 다른가.

-대인동 김냇과는 개인적으로 도시재생의 1호 사업이다. 구도심 내 문화 오아시스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된다. 대인동 김냇과에는 작품 전시장과 미니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등 문화행사를 열 수 있는 기반이 구축돼 있다. 새로 생기는 김냇과2는 오롯이 작가의 작업 공간으로만 내어줄 것이다.

▲김냇과2는 어떤 곳인지. 이 건물을 두 번째 김냇과로 택한 이유가 있을까.

-애초엔 이 건물을 사무실 주차장으로 쓰려고 지난 1월 매입했다. 하지만 도시와 마을의 스토리텔링을 듣고, 건물을 직접 둘러보자 생각이 바뀌었다. 김냇과2의 위치는 옛 서동시장 자리다. 광주공원과 옛 국밥집 거리가 번성했을 당시만 해도 유동인구가 많았던 곳이다. 올해로 36년 된 김냇과2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구성돼 있다. 당시 시장에서 일을 하거나 청소하는 사람, 짐을 나르던 사람들 등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이들이 달방 생활을 했던 숙소 개념의 공간이다. 요즘의 게스트하우스라고 할까. 층마다 각각 방이 나눠져 있고 공유 화장실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층과 층 사이가 촘촘히 연결돼 있어, 활용에 용이하다. 당시 서동시장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이 공간을 철거하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봉채 작가, 신호윤 작가가 김냇과2에 첫 입주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이들 작가들과는 어떤 인연이 있는지.

-김냇과2는 빨간색 건물과 파란색 건물, 두 채로 이뤄져 있는데 빨간색 건물은 손봉채 작가가, 파란색 건물은 신호윤 작가가 사용한다. 두 작가의 입주기간은 일단 3년으로 정했다. 손봉채 작가는 광주 작가로서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있다. 우연히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기존 광천동 작업실이 재개발로 인해 철거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작업실로 사용할 만한 빈 공간이 있느냐’는 그의 물음이 내게 오랫동안 맴돌았다. 그래서 그에게 작업실로 김냇과2를 내어주게 됐다.

신호윤 작가는 종이와 철 작업을 한다. 그의 작업은 중국에서 특히 인기가 좋다. 신 작가의 종이 작업은 실내에서 가능하지만, 철을 가공하는 작업은 소음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어느 날 신호윤 작가가 소음으로 인한 민원 때문에, 차에서 작업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전도유망한 작가가 작업실이 없어 차에서 해야 한다는 말에 마음이 아팠다. 이에 김냇과2의 나머지 작은 공간을 신 작가에게 주게 됐다.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 지는 작가들에게 달려 있다. 운영에 관한 제반 사항은 작가들에게 온전히 맡길 예정이다.

또한 김냇과2 개관을 시작으로, 광주의 각 구에 김냇과를 하나씩 두는 게 앞으로의 계획이다. 김냇과의 이름을 사용하고 시민 문화향유의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다. 각 지부의 사업을 논의하는 메인 공간은 대인동이 될 것 같다.

▲앞으로 생겨날 제3, 제4 김냇과 공간의 등장도 그렇고, 앞으로 이어갈 메세나 운동이 더욱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엔 나보다 더 뛰어나고 재력도 많은 기업인들이 많다. 이같은 마음들이 모아져서 광주 예술을 살리는 시민운동의 구심점이 됐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광주의 문화가 하나의 큰 산업으로 성장해 갈 것으로 믿는다. ‘코로나19’라는 상황에 당면해 있지만, 조금 기다리면 나보다 더 광주 문화예술을 위해 기여하는 사람이 나올 것이다.

목적을 갖고 가면 성과를 바라기 때문에 쉽게 지친다. 내가 즐기고 내가 즐거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손익이 나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먼저 즐기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이윤 보다는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효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즐기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문화예술로 가득한 광주를 꿈꾼다. /글·사진=정겨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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