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3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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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시장이 도청으로, 金지사가 시청으로 출근한다면
정진탄
정치부장

  • 입력날짜 : 2020. 11.12. 18:41
불가(佛家)에서는 이 세상 삼라만상이 오직 하나, 한마음으로 이뤄졌다고 본다. 팔만대장경 내용도 한 단어로 말한다면 일심(一心)으로 축약할 수 있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삶의 주인공(본래면목)이 이 한마음인 것이며 개개인의 개체적 마음은 중생심으로, 서양식 에고(ego·자의식·작은 나)에 해당한다. 이 에고의 휘둘림으로 인간은 고(苦)에 허덕인다. 쉽게 말해 ‘내가 잘 낫다’, ‘네가 못 낫다’ 식의 인식 때문에 항상 괴롭다는 의미다.

요즘은 영성의 시대로 가는 과정에 있다고 한다. 20세기 전후를 풍미한 이성의 시대는 저물어가는 것이다. 단순 도식적으로 말해 지능지수(IQ)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배적인 인간 능력이었다면 지금은 감성지수(EQ)가 보다 중요해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인공지능(AI)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면 인간 IQ는 맥을 못 출 것은 뻔하다. 그러나 AI는 EQ, 나아가 영성, 영혼이 결여됐으므로 그 기능이 제한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인간의 영성이 확장하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힐링(치유) 또한 영성의 시대에 포섭된다 하겠다. 치유를 위해서는 에고 성질을 내려놓고 우리가 둘이 아니라는 불성(佛性), 신성(神性)을 자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실 불성이니 신성이니 하는 것이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현실 세계에 녹아 있다. 우리가 무엇을 ‘통 크게 한다’는 것은 기실 개체적인 에고 성질을 내려놓고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불성, 신성의 바탕에서 나온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떤 일이 얽히고 관계가 꼬일 때는 이 에고 성질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손해를 안 보겠다고 하는 마음이 에고 성질의 특징이다. 뭔가 뒤틀어질 때는 이런 성질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개인사도 그렇지만 우리 사회의 단체와 조직, 국가 간에도 적용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모두가 다 인간사이기 때문이다.

시야를 좁혀서 한 뿌리라고 하는 광주와 전남의 갈등과 대립 또한 이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광주와 전남이 상생을 외치면서도 각자도생의 길에서 헤매는 현 세태는 지역사회의 에고 성질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광주와 전남이 둘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각기 이해관계에 따라 살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광주와 전남 최대 현안인 군 공항과 민간공항 이전을 둘러싼 충돌을 비롯해 정부 공공기관 이전 경쟁, 나주 고형물폐기물(SRF)열병합 발전소 갈등 등의 기저에는 ‘내 지역은 손해 안 본다’고 하는 에고 성질이 짙게 깔려 있다. 이는 이해타산의 머리로 달려들 뿐, 가슴을 열고 접근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그 가슴을 여는 게 그리 만만치 않다. 그동안 살아온 삶의 형태와 관습이 있기 때문에 일순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개인 같으면 복잡한 일상사를 벗어나 좋은 곳(이를테면 템플스테이)으로 가 마음을 쉰다. 그렇게라도 해서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심기일전해 다시 일상의 페달을 밟게 된다.

어떤 단체와 조직들도 집단적 마음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행정기관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면 시민공청회와 설명회를 열어 속을 터놓고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이런 과정이다. 갈수록 지자체 사업 추진과 관련해 이런 교류의 장이 많아지는 것은 권위주의 시대와는 확실히 다른 면모다.

나만의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공유와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 밀실에서 행하는 정치적 구태는 설 자리가 없다. 그런 것은 잠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언정 지속 가능하지 않다. 모두 허심탄회한 마음의 접속이 필수적이다. 이성과 머리로만 해결하려 하면 이해득실의 벽에 부딪힌다. 이를 초월한 한마음 접근이 절실하다. 지역 간, 국가 간 이해가 걸린 어떤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문화체육 교류 행사를 통해 마음의 물꼬를 트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광주와 전남이 화합보다는 대립 양상을 보이는 것은 이권이 걸린 현안사업이 많기 때문이다. 불협화음과 갈등 표출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내 것’, ‘네 것’이란 개체적이고 작은 마음으로는 이를 원만히 풀지 못한다. 그 어떤 행정의 달인이 와도 이권을 따지는 마음 앞에선 꽉 막힐 것이다. 그래서 정치력이고 그 정치력의 최고점이 한마음 형성이다.

서로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접점을 찾아가야 한다. 그래서 제안해 본다. 이용섭 시장이 하루라도 광주시청 대신 전남도청으로 출근하고, 반대로 김영록 지사가 도청이 아닌 시청으로 나가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서로 바뀐 위치에서 주요 현안사업 보고를 들으면서 정책 방향을 결정해보는 것이다. 시·도청의 업무가 새삼 다르게 느껴질 것이고 서로의 속마음을 진실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면 향후 두 수장의 만남은 더 자연스러워지고 그에 따라 현안사업 추진 흐름도 빨라질 것이다. 교차 출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이런 제안에서 어떤 힌트라도 얻었으면 한다. 어떤 상징적인 조치라도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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