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7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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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의 '문화터치'] 최옥수의 ‘얼굴’ 사진전

  • 입력날짜 : 2021. 02.25. 18:54
광주문화재단 문화융합본부장
조용했던 동네가 시끌벅적하다. 한적하고 고즈넉했던 곳이 갑자기 사람들로 붐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작은 밥집이다. 사직공원에서 서현교회로 내려오는 길에 마주하는 관덕정 부근이다. 활 잡고 국궁을 쏘는 그곳, 관덕정 맞은 편에 작은, 소소하기 이를 데 없는 밥집 ‘황톳길’이 그 소란의 진원지다.

밥만 파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소문난 맛집이기도 하지만 밥만 먹고 끝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뭔가가 행해지고 즐거움을 탐하는 듯 하다. 알고 보니 그 밥집은 사진을 찍고 찍힌 사진을 전시하는 갤러리로서의 역할도 온전히 감당하고 있었다. 하여 황톳길은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모두 붙잡는 문화명소가 되었다. 지난해 11월 ‘얼굴’ 전시회에 20명에 달하는 인사들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걸렸고 아직도 전시회 중이다.

시작은 미미했다. 밥집의 주인장인 사진작가 최옥수 선생에게 지인 몇몇이 지난해 여름 프로필 사진을 찍으러 왔다. 그렇게 찍힌 사진을 요리조리 훑어보던 최작가에게 또 다른 지인들이 “저도 찍어주세요”라고 요청했고 밥집 한쪽 미니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들의 숫자가 점차 늘어났다. 그 때 최 작가에게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아예 황톳길 안에서 사진전을 해볼까 하는 거였다. 그래서 오랜 동안 가깝게 지낸 지인들 몇을 더 찍었고 그것을 모아 코로나19 상황속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그게 소리없이 입소문을 타고 적잖은 이들에게 알려졌다. 일부러 사진전을 보러 오는 이도 있었고 밥먹으러 왔다가 사진 감상의 덤을 즐기기도 했다.

얼굴사진전의 주인공들은 화가, 교수, 기획자, 출판인, 사업가 등이었다. 그 중엔 유명인도 포함돼 있었지만 최 작가의 오랜 지인으로 일반인도 다수였다. 일반인들은 난데없이 이 전시로 인해 마치 뭐라도 되는 것처럼 입지가 격상되기도 했다. 얼굴이 팔리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또 식객들은 얼굴 사진에 둘러싸여 밥을 먹어야 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 사이에 ‘나도 저 얼굴사진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직간접적으로 내비치는 이들이 적잖았다. 때마침 문화공간 김냇과측에서 얼굴전 2차 전시회를 김냇과에서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그 제안을 수굿이 받아들여 기존의 20명에다 새로이 20명을 덧붙여 모두 40명의 얼굴전시회를 김냇과에서 26일부터 3월26일까지 열게 됐다. 전시기념식은 오는 3월5일.

최 작가로선 이같은 전시회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열네번째의 인물전이다. 그동안 주로 문화계 인사들로 유명인 위주로 찍었다면 이번 두 번의 얼굴전시회는 일반인까지 포함하여 대상층을 과감히 넓힌 게 특징이다. 일반인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연예인 필이 나는 듯한 포즈와 자유로운 표정은 관람객은 물론 당사자까지 놀라움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그 놀라움의 진폭은 1차 전시회보다 2차 전시회에서 더 커질 전망이다. 사진전 이전엔 해당 인물에게 찾아보기 힘든, 그러나 그 사람인 게 분명한 표정과 멋스러움의 순간을 잡아내 모두들 놀래킨다.

한두 사람의 프로필 사진에서 시작하여 김냇과 전시회로 크게 확장된 얼굴사진전을 준비하느라 사진작가는 물론이고 여러 사람들이 진을 빼고 있다. 이들의 마음은 단순히 사진작가의 사진전에 머물지 않으려 한다. 40명의 얼굴들이 얼굴 값(?)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살짝의 부담감을 덧보태며 이 세상에 없는 그들만의 사진전을 준비하고 있다. 일단 26일 얼굴사진전의 전모가 드러난다. 최작가는 해당 인물의 얼을 담아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 마음을 쏟아내고 진을 빼내어 사진 촬영에 임했다. 그리하여 40명 각자가 가진 고유의 ‘얼’을 포착했다. 그 얼은 렌즈를 통해 투사되었고 인화지에 고스란히 담겨져 관람객의 눈동자에 맺히고 가슴에 박히게 된다.

낯바닥, 뭐 그리 대술까 싶겠지만 대개는 이 낯바닥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성을 드러내곤 한다. 어른들은 말하곤했다. 낯바닥이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고. 그런데 이 낯바닥을 주제로 사진이라니 수줍어진다. 똑바로 살라는 채찍질이 아니고 무엇이랴. 하늘 우러러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는 다짐으로 전시회를 준비한단다. 마흔명 모두가. 아니다. 작가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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