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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코로나 시대 유학의 새 패러다임

  • 입력날짜 : 2021. 03.29. 19:23
최권범 사회부장
고향을 떠나 해외나 타향에서 공부하는 것을 ‘유학’이라 한다.

한자로 다른 나라에서의 유학은 ‘머무를 류(留)’자를, 자기 고향이 아닌 다른 고장에서의 유학은 ‘놀 유(遊)’자를 쓴다.

해외 유학의 역사는 꽤 길다. 발해와 통일신라가 병립했던 남북국시대에는 중국의 황금기였던 당나라로 유학을 많이 갔다고 전해진다. 신라 골품제 사회에서는 진골 귀족이 아니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벼슬에 오르지 못했는데, 출세에 한계를 느낀 6두품 귀족들이 주로 당나라 유학을 떠났다. 당시 신라의 유학생으로 중국의 과거에 급제한 최치원, 최승우, 최언위 등 3대 천재를 일컫는 ‘신라말 3최’가 잘 알려져 있다. 고려시대 때는 원나라에, 대한제국이나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는 사람이 많았다. 서양 국가로의 유학은 구한말 이뤄졌는데 1883년 조선이 최초로 미국에 파견한 외교사절단 중 한명인 유길준이 현지에 남아 조선인으로는 첫 미국 유학생이 됐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에는 중국이나 소련 등 사회주의 국가로의 유학이 어려워지자 대신 미국이나 영국 등지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현대에 들어서는 세계 각국을 유학 대상지로 선택하고 있다.

국내 유학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고려시대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던 성종은 수도인 개경에 국립학교인 국자감을 만들어 각 지방의 인재들을 불러 모아 교육시켰다고 한다. 지금도 전국 각지의 학생들은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의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유학길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발생한 전대미문의 감염병 코로나19는 해외 유학은 고사하고 그 흔한 연수 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국내 유학 역시 비대면 원격수업의 확산으로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

이로 인해 유학의 패러다임도 새롭게 바뀌고 있다. 도시에서 시골로 전학을 보내는 ‘역(逆)유학’의 등장도 코로나 시국을 잘 반영한다.

지난 2월말 순천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는데, 전남의 농산어촌 학교로 유학 온 서울 학생들을 환영하는 자리였다.

전남도교육청과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서울 학생들이 전남 농산어촌 학교로 전학을 와 생태친화적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유학 프로그램을 공동 추진하기로 하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서울지역 초·중생을 대상으로 유학생을 모집했고, 초등학생 66명과 중학생 16명 등 모두 82명이 최종 전학을 결정했다. 이들은 전남지역 초등학교 13곳과 중학교 7곳 등 20개 학교에 배정돼 올해 1학기 개학과 함께 전남교육 가족이 됐다. 배정된 학교는 순천과 화순·강진이 각 3개교, 담양·곡성·영암·신안이 각 2개교, 장흥·해남·진도 각 1개교다.

전남의 시골 학교로 전학 온 서울 학생들은 최소 6개월 이상 머무르면서 현지 학생들과 더불어 소규모 개별화 수업을 받고, 전남의 친환경 식재료로 만들어지는 건강한 급식을 제공받으며 생태환경이 잘 보전된 마을에서 성장하게 된다.

서울 학생들의 ‘역유학’은 전남이 타 시·도와 견주어 상대적으로 코로나 청정지역이라는 점이 주효했다. 지난해 코로나 확산세로 학교에 제대로 가지 못했던 서울 아이들과는 달리 학생 수가 적고 확진자도 거의 없었던 전남 시골의 아이들은 등교수업이 가능했다. 이는 데이터로도 나타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찬민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지난해 시·도별 등교수업 일수 현황을 보면 전남 초등학생의 평균 등교 일수는 136.7일에 달했다. 전국에서 가장 적었던 서울 초등학생의 등교 일수인 42.4일보다 무려 3.2배나 많았다. 전남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평균 등교 일수도 각각 133.4일과 134일로 전국 통틀어 가장 많았다. 청정한 자연을 품고 있고, 감염병에도 안전한 전남의 교육 환경이 서울 학부모들과 학생들을 매료시킨 것이다.

하루가 멀게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내는 코로나 시대, 시골 유학은 미래교육의 또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를 겪고 있는 시골 소규모 학교에도 기회로 작용될 수 있다. 전남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도시 아이들이 시골 학교에서 ‘놀면서(遊) 공부(學)’하는 역발상 교육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제 첫 성적표는 한 학기가 끝나는 4개월 뒤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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