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7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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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길 터주기’ 동참합시다 / 조종훈

  • 입력날짜 : 2021. 04.07. 19:23
조종훈 광주 북부소방서 119재난대응과장
총 길이가 약 10만㎞. 모두 합하면 지구를 두 바퀴 반이나 되는 길이의 혈관은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 기능을 한다. 혈액에 실려 우리 몸 구석구석으로 보내지는 영양분과 산소가 바로 혈관을 타고 다니기 때문이다. 원활한 혈액순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체 곳곳의 기능이 떨어지고,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경우 증상발생 초기에 신속한 조치가 없으면 심근경색, 뇌졸중 등 후유증을 남기거나 심각한 상황에서는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

우리 몸속의 혈관과 비교할 수 있는 게 도로다. 도로 역시 혈관처럼 우리 국토 구석구석 설치되어 있다.

물론 도로는 경제발전에 이바지했고 이로 인해 우리의 삶도 윤택해졌지만, 자동차의 급증으로 도로가 막히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회적 문제가 함께 따라왔다. 교통체증부터 심각한 주차난, 매연, 끼어들기로 인한 사고 등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화재진압, 인명구조·구급 등 긴급한 출동 상황에서 자동차의 증가 및 주택가 이면도로의 무질서한 주차로 인해 도로가 막히며 생기는 또 하나의 기능장애가 있다. 바로, 소방차나 구급차 등 긴급자동차의 현장 도착이 늦어지는 것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등록 차량이 2천400만대를 넘어가면서, 우리는 도로 위 체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TV를 통해 자주 접하는 소방차 길 터주기 공익 광고가 그다지 마음에 와 닿지 않는 이유는 뭘까?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의 생각에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 운전자의 경우 운전 중에 소방차에 길을 양보해야 하는 일이 자주 생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그 당연한 일을 어떻게 하면 되는 지 한 번 알아보자.

주행 중 소방차량을 보거나 사이렌 소리를 듣는다면 편도 1차선 도로에서는 도로의 오른쪽으로 차량을 최대한 가깝게 해 진행하거나 일시정지하면 된다. 그리고 편도 2차선 도로에서는 소방차량이 1차선을 통해 진행할 수 있도록 2차로로 진행하여 진로를 양보하여야 한다.

편도 3차선 이상일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진행 중이던 차량은 도로 흐름에 맞추어 1·3차로로 차선변경을 통해 2차선을 소방차량을 위해 비우면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차로에서는 내가 가려는 방향이 녹색신호일지라도 일시정지를 해 소방차량이 우선적으로 지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서행하거나 일시정지 해야 한다면 비상깜빡이를 켜 뒤의 운전자에게도 위험 신호를 전달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주 생기는 일은 아니지만, 도로 위에서 긴급차량을 만나 나의 배려로 그 차량이 무사히 그 곳을 빠져나가 멀어져가는 것을 보면 어떨지 상상해보자. 흐뭇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절박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119에 신고를 하고, 소방대원이 빨리 오기를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소방차나 구급차는 긴급 상황이 아니라면, 즉 귀소 중에는 사이렌을 울리지 않는다. 그냥 일반차량과 똑같이 규정 속도와 신호를 지킨다. 그러나 여러분이 도로 위에서 사이렌을 울리는 소방차량과 만난다면, 그건 100% 실제상황이다. 빨리 지나가도록 배려하고, 그렇게 지나갔다면 안도의 한숨과 함께 흐뭇해해도 된다. 그 순간 당신은 누군가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일조한 것이며, 아무런 대가 없이 선행을 베푼 것이다.

선행에는 이유가 없다. 굳이 찾는다면 내적 평화? 충만감? 하지만 얼마나 운이 좋은 일인가? 도로 위에서 우연히 선행의 기회를 만난 것은 행운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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