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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에서 먹거리까지…한류 열풍 대륙 강타
[한·러 수교 30주년 러시아는 변신중] (3)한국사랑은 진행형
샹트페테르부르크대 한국어학과 인기…박경리 동상도
오리온 초코파이 매출 최상위권·BTS 관련 상품 불티

  • 입력날짜 : 2020. 01.27. 18:36
초코파이는 ‘원조 한류’를 이끌면서 러시아 국민 간식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베리류 등 현지에 맞게 진화된 상품을 출시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금 러시아에는 대세인 K-POP 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한 인기가 뜨겁습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러시아의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톨스토이, 도스도예프스키 등 대문호를 배출한 세계적인 문화 강국의 자부심을 갖고 있는 러시아의 한국 사랑은 진행형이다.

이 이면에는 러시아인들이 정(情)을 중요시하는 한국인 정서와 비슷한 면이 있어서다.

지난해 11월 러시아 샹트페테르부르크 국립도서관에는 한국자료실이 개소했다. 이 곳에는 한국어 학습교재를 비롯해 한국역사·문학 관련 도서, 음반 등 자료 2천688점이 구비됐다.

‘윈도 온 코리아’(Window on Korea)로 명명된 한국자료실에는 올해 한국·러시아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 국 관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들이 갖춰졌다.

토지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박경리 작가는 톨스토이 등 대문호를 배출한 러시아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사진은 상트페테르부르크종합대학에서 설치된 박경리 동상.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은 “러시아국립도서관 한국자료실은 주상트페테르부르크 한국영사관 도움으로 설치됐다”며 “내년 한국·러시아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양국 교류가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한국자료실이 러시아 내 한국학 연구와 발전의 밑거름이자 한국문화 확산의 거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동석 샹트페테르부르크 총영사는 “올해 한러 수교 30년이 되는 해를 맞아, 지난해 연말 샹트에서 코리아 페스티벌을 개최했는데 현지인 2만5천명이 몰렸다”면서 “이는 한국하고 지리적으로 멀리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한 요구가 많다”고 한러 관계의 의미를 부여했다.

샹트페테르부르크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등 소설의 주요한 배경이다. 또 러시아 대문호가 살았던 흔적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는 유럽 최대 문화중심도시다. 그만큼 이 지역 거주인들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도 대단하다.

샹트페테르부르크종합대학에는 한국 문학계의 거장인 박경리 동상이 설치돼 있다. 한국 문학의 우수성을 인정한 징표다. 서울 롯데백화점 자리에 푸쉬킨 동상이 있는데, 이를 답례하는 차원에서 설치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는 러시아에서 번역본이 있는데 굉장히 유명하다. 러시아인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데 주효했다는 일각의 평가도 있다. 이문열 작가의 인기도 현지에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샹트페테르부르크종합대학은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졸업한 대학으로 자부심이 크다. 그 중 샹트페트르부르크종합대학의 한국어학과가 인기다. 취업이 잘 되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BTS, 한국 문학, 음반 등 신세대 한류가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생소한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러시아 대학생들의 한국 사랑이 남다르다. 졸업을 위한 필수코스인 논문 주제도 상상을 초월하는 높은 수준의 내용을 내놓고 있다. 그만큼 한국 전문가가 되기 위한 대학생들의 열기를 엿볼 수 있다.

코르바노프 샹트페테르부르크종합대학 한국어학과 교수는 “지난 2017년부터 한국어학과 학생들을 뽑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인력도 부족하고 학생수도 적었다”면서 “이후 한국에 대한 러시아 젊은이들의 관심이 커지다 보니 점차 수강생도 늘어나게 됐다”고 밝혔다.

코르바노프 교수는 “현재 한국 지리, 남북 관계, 영호남 지역감정까지 한국 관련 다양한 분야를 가르치고 있다”면서 “한국어학과 졸업생들은 통신사 특파원, 기자, 외무부 등에서 일한 만큼 수준이 높다”면서 “한국어학과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한러관계 우호증진을 위한 사절단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케이팝의 중심에 서 있는 한국 아이돌 BTS는 러시아에서도 젊은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팬덤층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은 샹트페테르부르크 상점에 비치된 BTS관련 서적.
또한 샹트페테르부르크 시내 한 복판에 위치한 상점에는 ‘한국의 비틀즈’ BTS 음반과 서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광활한 대륙까지 한류가 흘러들어 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울러 러시아 젊은이들은 한국 드라마, 만화, 화장품, 애니메이션 등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앞서 한국사랑의 불을 지폈던 ‘한류의 원조’는 초코파이다. ‘러시아 국민파이’로 알려진 한국 초코파이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러시아에는 연 7억개가 팔리면서 현지대표 간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매출은 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입맛에 맞춰 베리류(라즈베리, 체리) 초코파이 상품을 내놓고 초코·마시멜로 조합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해 호평을 받고 있다.

한국 초코파이는 지난 1990년대 초반 부산을 중심으로 러시아 보따리 상인들 사이에 붐이 일면서 현지 시장에서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과자류 러시아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오리온 초코파이는 지난 1993년 러시아에 수출하기 시작해 2006년 뜨베리에 공장을 설립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뜨레리와 노보 등 두 곳에 공장을 가동중이며, 유라시아 공략을 위해 뜨베리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초코파이는 낱개 포장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러시아인의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현지 독특한 티타임에 맞는 간식 대용으로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게 오리온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러시아 메르베데프 대통령이 재임시절 유럽 언론에 차를 마시고 초코파이를 먹는 티타임 사진이 게재되는 등 유명세를 탔다.

한류에 성공한 또다른 제품은 자동차다. 현대기아차는 러시아 자동차 점유율 2위를 기록하면서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현지인에 사랑받는 이유는 러시아 경제위기 당시 선진국의 대부분 투자업체들은 철수했지만, 이 업체는 철수 대신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아 믿음을 주었다. 결국 정과 의리를 중시하는 러시아인들은 현대기아차에 애정을 듬뿍 주었고, 이는 판매 성장세에 바람을 일으켰다.

중저가 자동차 시장에 현지인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내놓아 판매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케이팝, 한국문학, 초코파이, 자동차 등 다양한 부문에서 한류가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보유한 러시아를 강타하면서 한러수교 30주년 맞이한 올해 더욱 양국 관계가 발전적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 KPF 디플로마 [러시아전문가] 과정 참여 후 제작됐습니다. /임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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