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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대담] 김양현 전남대 철학과 교수
포스트코로나 시대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삶의 목적에 대한 반성·사유가 문제해결 출발점”
인류 최대 문명사적 위기 속 미래 방향·가치 설정 절실
의료·복지·고용 등 공공부문 문제 시장 논리 접근 곤란
코로나19 이후 지덕체 중심 통합교육으로 전환 바람직

  • 입력날짜 : 2020. 12.30. 19:22
사회병리현상에 대한 냉철한 진단을 통해 해법을 모색해온 전남대 철학과 김양현 교수가 광주매일신문과 신년대담을 갖고 코로나19가 끼친 사회적 영향을 분석하며 향후 바람직한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대담=이경수 편집국장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사회는 물론 지구촌 전체가 지금 미증유의 시대를 살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기존 질서를 모두 흩트려 놓았다. 1년이 지났지만 혼돈의 시간은 아직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새해는 언제나 희망을 갖고 시작한다. 냉철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드러난 사회병리현상을 극복하고 새로운 공동체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고뇌 깊은 연구를 통해 바람직한 삶의 양식과 건전한 사회의 방향을 제시해온 전남대학교 김양현 교수를 만나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방안과 자세를 들어본다.


▲2021년 새해를 맞아 덕담 한마디.

-인류의 역사에서 2020년은 가장 힘들고 지치고 고통스러웠던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2021년 새해에는 코로나19를 모두 물리치고 예전의 삶으로, 평범한 일상으로 다시 되돌아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머지않은 미래의 시간에 그런 날이 곧 올 것으로 확신한다. 힘을 내자.


▲코로나19로 인해 인류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신세계에서 살아갈 우리는 이제 삶과 일, 인간관계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할텐데, 어떻게 예측하는가?

-‘평소에 하던 대로 예전의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요즘 이런 생각들, 자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인류는 예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다양한 전문가들과 방역당국자들, 아니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도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분석, 진단한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이런 질문들을 던져봤다. 10년 뒤 2030년에 우리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2050년에 인류는 어떻게 변할까? 과연 2100년에도 인류는 여전히 존속할 것인가? 인류는 현재 인류 최대의 문명사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류 문명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더불어 인류의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들을 던져야 할 때이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던진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물음은 이 것이라고 본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렇게 계속 살아도 괜찮은가? 인류는 살아남을 것인가? 사실 코로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인류는 기후위기라는 심각한 문제에 더하여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수 많은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전망 속에서 개인과 공동체의 생존과 좋은 삶의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고립된 생활의 연속으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큼 사회적 활동 제약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다. 코로나19 시대 올바른 삶의 방향은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 진단해 달라.

-코로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우울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곧 좋은 날이 올 것이라 위로해 본다.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삶의 목적에 대한 물음은 중요하다. 개인과 공동체를 좋은 삶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의 방식, 더 나은 생존의 방식은 어떻게 가능한가?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는 기본과 기초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됐다. 인간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인간의 욕망이나 이익관심은 매우 복잡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비교적 단순하게 정리될 수 있다. 먹고 마시고 생존을 하는데 필요한 기본욕구가 충족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다음에 생명을 보존하고 질병과 고통이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개발할 기회를 갖고 적절한 직업적 활동을 하며,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고 사랑하는 사람과 애정을 교환하고, 불필요한 간섭 없이 자유롭게 자기 주도적으로 미래적 삶을 기획하고 추구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인간의 욕망이고 가장 중요한 이익관심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이러한 이익관심을 섬세하게 고려하는 것이 모든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의 문제든, 그것이 경제의 문제든, 아니면 그것이 교육의 문제든, 아무튼 인간의 이익관심을 고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많은 사회적 문제 등이 노정되고 있다. 교육·노동·복지 분야 등 사회·경제 전반적으로 다양한 불평등과 양극화 현상이 노출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면….

-우리 사회는 사회적 격차와 경제적 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더욱 심화된 것처럼 보인다. 제 생각으로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내맡겨서는 안 되고, 정부가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의료, 복지, 고용, 그리고 교육 등 공공부문의 문제를 시장 논리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점을 명심하면서 탈시장적인 가치와 논리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주객이 전도된 가치관으로 인해서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았다. 돈벌이나 부의 축적, 혹은 경제 발전은 단지 수단일 뿐이고, 중요한 것은 개인과 공동체의 좋은 삶이고, 공동체 구성원들의 안녕과 복지, 그리고 건강이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이 점을 깨닫게 됐다. 무엇이 우리들의 삶의 기본이고 기초인가, 그리고 근본인가를 직시해야 한다. 시장의 가치와 논리는 삶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답을 줄 수 없다. 시장에서는 돈 많이 버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개인의 안녕과 공동체의 유지 발전을 위해서는 의료, 음식, 보육, 요양, 교육, 배달과 같은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일들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교육현장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출석 대면 수업 대신에 비대면 수업이 전면적으로 확대됐다. 대학 교육의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들과 그 해결방안을 제시한다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거의 대부분의 교육활동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온라인 학습, 화상강의 등 비대면 교육활동이 서서히 진행돼 왔다. 그런데 갑작스런 코로나 사태는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시켰다. 코로나19는 향후 대학의 운영 측면에서도 고려해야할 수많은 과제를 남겼다. 이를테면 강의방식, 학생 수급과 선발, 구성원의 필요 역량, 대학 예산의 수입과 배분, 대학 행정의 효율성, 중장기 발전계획, 대학 문화 전반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교육의 목적이 과연 무엇인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은 개인과 공동체를 위해서 더 좋은 삶의 방식, 더 나은 생존방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교육 형태는 지식교육, 지성교육이 지배적이다.

제가 주장하는 것은 지덕체 중심의 통합교육이 실현돼야 한다는 점이다. 지식과 정보를 매개하고 전달하는 지식 습득의 교육체계를 벗어나야 한다. 지성, 덕성, 감성, 그리고 건강한 신체를 갖춘 탁월한 인간의 형성을 위한 통합교육을 실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양과 전공, 그리고 비교과 등 교육과정도 전면적으로 재편돼야 할 것이다. 또한 연구의 양적 성장과 발전이라는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학문의 발전과 인류의 번영과 공영에 이바지하는 질적으로 성숙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지금 현 시점에서 우리사회 또는 국가적으로 반드시, 그리고 빠르게 대처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처, 의료종사자들의 헌신과 희생, 그리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 등 높이 평가할 수 있는 것이 한 둘이 아니다.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한마디로 사람을 살리는 방역, 사람을 살리는 경제, 공동체의 통합을 이루는 정치가 중요하다고 하겠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보다도 과감하게 재원을 투입해 사람을 살리는 경제, 즉 고용유지와 보장, 그리고 소득 보전에 힘써야 할 것이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명의 존중과 공공의 안녕, 그리고 복지의 실현이라는 가치를 정책적으로 실현해 나가야 한다.

특히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해소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정부의 과제다. 지난번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때처럼, 모든 국민에게 재원을 골고루 나눠주는 것에 반대한다. 평등한 고려(equal consideration)라는 철학적 원칙을 이해하고 섬세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우하는 것이 평등은 아니다. 경제적 여건과 필요에는 개인마다 일정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처우를 하는 것이 평등한 고려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들에 대한 관심도 소홀할 수 없다. 청년들과 관련해 여러가지 현안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일자리 창출 문제는 늘 거론되고 있다. 청년들의 실업률을 해소시킬 대안이 있는지?

-공공과 민간 부문을 막론하고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전면적으로 고용과 일자리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자리위원회, 고용노동부 등 정부의 관련 부처뿐만 아니라 지자체, 산하기관, 민간부문, 대학 등 일정 규모 이상의 기관이나 산업체에서는 고용안정센터, 혹은 일자리센터 같은 부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 전체가 나서는 전방위적 장기적인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종합적인 체계와 제도를 구축해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업무 역량 습득 및 직업적 활동체험을 위한 다양한 기회의 국내외 인턴제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학에 정부 예산을 지원해 다양한 국내외 기관에서 인턴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직업, 일자리, 고용 문제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머지않은 미래에 현재의 1만5천여개의 직업 중에서 많은 직업들은 기계나 인공지능에 의해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많은 직업군이 없어지겠지만, 또한 새로운 직업군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렇다면 청년들을 포함해 미래세대를 살아갈 사람들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직업적 활동에 필요한 역량들을 새롭게 습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본보 이경수 편집국장과 대담하고 있는 김양현 교수.


▲올해는 지방의회가 다시 출범한지 30년이 되는 해로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제가 시작한지 30년을 맞았다. 현재 우리사회의 지방자치제를 평가한다면, 그리고 보완점이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면….

-지방자치 30년의 역사는 많은 성과와 더불어 향후 풀어야 할 과제를 남겼다. 지방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정치적 이념이 30년의 지방자치를 통해서 어느 정도 실현됐는가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방역활동을 보면서 우리는 지방의 힘과 역량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방의 가치는 무엇보다도 공동체 구성원들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복지와 행복을 지키는 최전선이라는 데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 세대의 지방자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구의 수도권 집중이나 지역인재 유출의 문제, 여전히 견고한 중앙집권적 행정 재정체제 유지, 그리고 자치와 자율권의 한계 등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을 지적한다.

이러한 문제들이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미래 사회의 힘은 국가가 지방에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지방에 훨씬 더 많은 권한과 자율권이 부여돼야 할 것이다.

민주화된 국가에서 권력의 분권과 더불어 권력의 지방 분할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최근 국회에서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지방 권력의 자율성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진전을 이뤘다. 2021년은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30년이 되는 해다. 지방자치라는 말이 제대로 작동되는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광주·전남 시·도민과 광주매일신문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은.

-모든 사람들이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동체는 생존의 기본단위다. 그래서 그 구성원들인 개인의 생존을 위한 버팀목이 돼야 한다. 개인들은 공동체의 안녕과 질서, 그리고 번영과 발전을 위해서 봉사하고 헌신하고, 그리고 희생해야 한다. 우리는 연대와 협력의 미덕으로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힘을 내자.


김양현 교수는…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학술발전위원회 공동대표 ▲한국철학회 부회장 ▲전남대 인문대학 학장·문화전문대학원 원장 역임 ▲전남대 인문대학 철학과 졸업(문학사) ▲전남대 대학원 철학과 졸업(문학석사) ▲독일 뮌스터대학교 철학과 졸업(철학박사: 철학·사회학·교육학 전공)

/정겨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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